삼표 '㈜동양' 유진기업에 넘겨줄 수 없는 이유는
입력 2016.04.28 07:00|수정 2016.05.02 09:16
    감천항 등 전략자산, 유진에 뺏기면 시장지위 '뚝'
    삼표, 서울시 공장이전 공약도 '부담'
    유진기업이 ㈜동양 인수하면 수도권 내 입지 '흔들'
    • 삼표그룹 입장에서 유진기업의 ㈜동양 경영권 확보는 있을 수 없는 시나리오다.

      삼표는 레미콘 시장의 1위 지위를 내놓는 문제는 둘째치고, 서울시내에 있는 레미콘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할 것을 서울시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진기업의 ㈜동양을 인수는 삼표의 시장 지배력을 상실을 의미한다.

      삼표가 지난달 ㈜동양 주주총회서 ㈜동양에 의결권을 위임하며 유진기업의 경영권 확보에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삼표는 당장 ㈜동양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 그럼에도 결국 삼표는 유진기업과 ㈜동양 인수를 위한 전(錢)의 전쟁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들여다 보면 ㈜동양은 단순히 레미콘 사업의 범위와 시장 지배력 문제 이상의 의미를 가진 기업이다.

      ◇ 전략 요충지 '감천항 ' ㈜동양 핵심 자산…유진에 뺏기면 시장지위 '위태'

    • ㈜동양의 부산레미콘 공장과 인접부지는 ㈜동양의 핵심자산으로 꼽힌다. 공장은 감천항에 근접해 자재의 해상운송이 가능하다. 레미콘은 사업적 특성상 건설현장까지 최대 1시간30분 이내에 운반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의 위치도 시내와 인접해 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인접부지는 시멘트·레미콘·건자재 공장부지 등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대부분 유휴지며 일부는 동양네트웍스가 임대해 골재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동양시멘트 매각이 추진될 당시 여러 인수후보들이 탐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 감천항, ㈜동양 레미콘 공장 옆에는 동양시멘트 부산공장이 있다.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하기 전 동양시멘트는 ㈜동양의 자회사였기 때문에 ㈜동양 레미콘 공장과 지리적으로 붙어있다. 일부 설비 및 자산들은 겹쳐기도 한다. 현재 삼표와 ㈜동양은 부산을 비롯해 창원·군산 등에서 지분 및 자산 정리 중이다.

      삼표의 동양시멘트 부산공장은 전국의 시멘트공장에서 시멘트를 운반해 적재하고, 부산지역에 공급하는 기지역할을 한다. 항구와 바로 맞닿아 있지는 않는 탓에 시멘트를 옮기기 위해선 현재 ㈜동양이 보유한 유휴지를 지나야 한다.

      지난해 삼표는 동양시멘트 인수 이후, 감천항  ㈜동양 레미콘 공장 및 항구에 인접한 유휴지의 인수를 추진했다. 이곳을 인수할 경우, 삼표는 시멘트 및 레미콘 공장을 확보함과 동시에, 유휴지에 모래·자갈 등의 원자재 공급 공장을 설립해 시멘트 일관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레미콘 업계 한 관계자는 "삼표가 감천항에 위치한 ㈜동양 레미콘 공장 및 유휴지 인수를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며 "삼표가 이 부지를 활용해 건자재 공장을 설립할 경우 부산지역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기업이 ㈜동양을 인수할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부산지역의 레미콘 사업 확대를 노리는 유진기업과의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유휴지를 유진기업이 확보하게 되면, 삼표는 감천항을 통해 들여오는 시멘트의 운반을 위해 유진기업의 땅을 지나야 한다.

      유진기업은 ㈜동양의 인수 이후, 이곳에 레미콘 또는 건자재 공장을 설립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항구에 위치한 동양시멘트의 이점을 활용할 수 없게 됨과 동시에 유진기업의 레미콘·건자재 사업의 확장을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다른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유진기업이 감천항 부지를 활용해 부산지역 내 레미콘 사업을 확장할 경우, 삼표의 부산지역뿐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점유율 또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시 숙원사업 '레미콘 공장 지방 이전'…삼표에겐 '부담'

    • 현재 서울시내에 남아있는 레미콘 공장은 삼표(성수동·풍납동), 한일시멘트(개봉동), 천마콘크리트(세곡동), 신일씨엠(장지동) 등 5곳이다. 삼표 2곳의 레미콘 공장은 서울 중심부와 인접해 있어 강남권과 강북권 모두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는 요충지라는 평가다.

      서울시는 지난 1996년부터 시내 레미콘공장 이전을 추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연내 이전을 공언했고, 지난 13일 치러진 총선의 후보들 또한 지방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삼표도 이전할 부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경쟁업체인 유진기업은 서울시내에 공장이 한곳도 없는 반면 경기도에 14곳의 레미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삼표는 9곳, ㈜동양은 3곳의 공장이 경기도에 있다. 삼표가 서울시 중심부에 있던 공장을 이전할 경우, 일정수준의 영업적 손실은 감수해야 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유진기업이 ㈜동양을 인수하면 수도권에서 삼표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표그룹이 현재 ㈜동양에 관심은 있지만 인수를 할 만큼 자금적인 여력이 충분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 공장이전과 맞물려 경쟁업체 유진기업이 ㈜동양을 인수하게 될 경우 시장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