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성장통 시작된 카카오
입력 2016.04.28 07:00|수정 2016.04.28 07:00
    IT벤처→대기업 변화…안팎의 달라진 시선 직면
    '수익'과 '상상력'사이 조직변화 성장통
    자본시장 신뢰 확보도 과제로 떠올라
    • 카카오의 대기업 '성장통'이 시작됐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 인수 등 다양한 사업으로의 진출로 회사 외형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 IT 벤처기업으로서 해보지 않았던 고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조직이 커지면서 다른 구성원 간의 사내 갈등 문제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외형 확대에 따른 자금 소요 증가로 투자자들과의 소통 확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가 안팎에 새로운 방향 제시를 통해 대기업다운 면모를 보일 시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과평가 변화에 내부 반발…"'카카오스러움' 정의는 경영진의 몫"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카카오의 가장 큰 현안은 ‘수익성 회복’이다. 기존 현금 창출 사업인 게임과 광고가 구조적 부진에 빠졌다.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조금씩 줄고 있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대리운전 O2O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의 안착 여부가 기업 가치 평가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수익성 확보가 최대 우선 과제로 제시되면서 사내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상상력에 기반을 둔 벤처기업 특유의 기업문화와 실적 개선 압력이 상충하면서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부터 사업부별 핵심성과지표(KPI)가 적용되면서 매출 중심의 성과평가가 고착됐다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다음(DAUM)’ 출신과 ‘카카오’ 출신 간 갈등도 다시 드러나고 있다. ‘다음’ 문화의 상징인 제주 본사의 철수 문제가 재점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다음'은 제주로 이전하면서 법인세 감면등을 받는 대신 일정 인원을 일정 기간 동안 제주에 근무시켜야했다. 사내에선 카카오가 제주 인력을 판교로 복귀시킨 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일부 인력을 제주에 '파견' 형식으로 보낼 것이란 얘기가 돌기도 했다. 카카오는 ▲판교·제주 간 협업 어려움 최소화 방안 ▲제주에 기반한 비즈니스 발전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최근 카카오는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카카오스러움’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조직 융화 목적이다. 하지만 임직원들 사이에선 대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카카오의 방향성에 대한 리더십을 먼저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성공으로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 대한 신뢰가 축적돼 있지만, 정작 다음 합병 이후 행보에 대해선 직원들 사이에 의구심이 있다”며 “카카오의 정체성을 직원들에게 물을 게 아니라 대주주로서 제시하고 독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접촉 확대할 전망…시장과 소통 확대는 '과제'

      자본시장에서의 소통 문제도 거론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로엔 인수를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시장에선 카카오가 투자자들의 소통 보다 조달 비용 절감만 신경 쓰는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사업지속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IT 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보수적 시각은 남아있다.

    •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로엔 인수금융 조달 과정에서 시장과 서로 소통을 하기보다는 지속해서 낮은 금리만을 고집했다”며 “기관을 대상으로 한 자금 조달 경험이 없다 보니 평판이 중요한 시장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최근 로엔 인수금융에 대한 리파이낸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로엔 인수로 내부현금 소진과 대규모 외부차입으로 카카오의 재무상태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향후 카카오뱅크 지분 확보 대금 및 신규 사업 투자 등 적지 않은 자금 소요가 예정된 상황이다. 앞으로 주기적으로 외부 차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만큼 이슈어(Issuer)로서 시장과 신뢰를 꾸준히 쌓는 과제가 남아있다.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카카오가 채권 3년마다 빚을 갚기 위해 회사채 시장에 찾아오는 '뜨내기'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회사 입장에선 당장 조달 비용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직접금융시장에서 꾸준히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투자자들과 소통을 하는 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대기업집단에 선정되면서부터 갖은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와 더불어 ‘카피캣’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감시자가 더 많아진, 새로운 환경을 맞이한 카카오가 내부 조직과 시장에 회사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내외부의 바뀐 시선이나 미숙한 부분을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며 "결국 이전의 벤처 정신을 지키면서 카카오만의 문화를 잃지 않도록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