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동서울터미널', 매각 대신 개발한다
입력 2016.04.29 07:00|수정 2016.04.29 07:00
    매각에서 개발로 선회…채권단도 “매각 급한 상황 아냐”
    용적률 375%로 높여 복합화 추진…공공기여 25% 예상
    교통문제 해결이 가장 큰 과제…2011·2013년에도 개발 무산
    • 한진중공업이 동서울터미널 복합화 사업을 본격화한다. 회사는 올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동서울터미널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개발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채권단도 부지를 급히 매각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허가 진행 경과를 살피기로 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의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다면 채권단의 매각 압박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돼왔던 교통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최근 동서울터미널 복합화 사업계획을 담은 제안서를 서울시에 정식으로 제출했다. 서울시 관련부서는 사업계획 검토에 들어갔다.

    • 동서울터미널 부지는 처음엔 2종 주거지역이었으나, 도시계획시설인 터미널을 넣기 위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한진중공업의 개발사업은 토지 용도를 유지하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높여 복합 시설을 갖추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은 32층에 달하는 빌딩을 지어 터미널 외에 업무·판매·문화시설과 관광호텔을 아우르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99%인 용적률은 375%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서울시는 기준대지의 25%가량, 금액으로는 550억~60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사업 규모는 조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중공업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점은 변수다. 회사는 개발을 원하고 있지만, 개발사업 중 재무 상황이 악화할 경우 채권단의 매각 압박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서울시와 본격적인 개발 협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라 매각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며 “한진중공업은 단기 유동성이 부족하긴 했지만 아주 심각하진 않았고,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율도부지 매각도 추진되고 있어 동서울터미널 매각이 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 계획과 민간의 토지 매매는 별개고, 단순히 차액을 노린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사업 주체가 누가 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한진중공업이 채권단에 터미널 물류사업을 유지하고 임대 수익도 노리는 것이 낫다는 뜻을 전달하는 등 개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은 개발 사업 중 터미널 기능 유지와 인근 교통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동서울터미널은 서울에서 노선과 이용객이 가장 많고, 밤에는 버스들의 주차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주변 교통 흐름도 원활하지 않아,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민원 발생 가능성도 크다.

      한진중공업은 2011년과 2013년에도 사업계획을 냈으나 서울시는 보완이 필요하다며 돌려보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계획도 교통문제 해결 방안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