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C 인수금융 디폴트' 요원해진 두산그룹과 사모펀드(PEF) 사이
입력 2016.05.02 07:00|수정 2016.05.09 09:43
    채권단, 주도권 쥐고 협상 나섰지만 두산그룹과 합의점 못 찾아
    두산그룹 "협조 요청에 3년 이자지급 및 소송 취하 제안"
    채권단 측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소송 결과 중요"
    •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인수금융이 채무불이행으로 끝나며 두산그룹과 사모펀드(PEF) 사이에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협상 과정에서 채권 금융기관들과도 대립각을 세우며 국내 금융권이 두산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서늘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미래에셋PE, 하나금융투자PE와 채권단은 올 2월부터 DICC 인수금융 만기 연장을 위한 실무 논의를 본격화했다. 두산그룹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PEF의 차입금 이지만 기업공개(IPO)와 지분 100% 매각이 중단된 데다 DICC의 배당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어 이번 사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채권단이 주도권을 쥐고 두산그룹을 직접 대면했지만 양측은 만기를 목전에 두고도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채권단과 PEF들은 배당을 실시해 이자비용만이라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두산 측 "DICC는 적자가 나는 회사라 배당이 어려우며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맞섰다.

      두산그룹은 3년 이자비용을 지급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했다. DICC의 실적이 개선될 때까지 기다린 뒤 매각에 나서면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었다.

      PEF들이 제기한 소송을 취하해달라는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이를 받아들이면 3년 동안 채권단과 PEF들의 투자금은 묶이게 된다. 채권단 측은 1년 분의 이자만 받는 대신 소송은 지속하자고 대응했지만 두산그룹은 움직이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대출 만기 연장에 협조 요청이 와서 3년의 이자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던 것"이라면서 "문제 해결은 DICC 실적이 나아지는 수밖에 없는데 소송까지 가면서 회사 가치를 낮출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턴어라운드까지 기다려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대출 만기가 가까워오자 일부 금융사들은 "두산 계열사 전반의 여신을 회수하겠다"며 두산그룹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분위기 반전을 이루진 못했다.

      고육지책으로 채권단은 이자를 1년 뒤에 받는 조건으로 대출 만기 연장을 시도했으나 채권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디폴트 선언으로 막을 내렸다. 채권단은 소송 추이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투자 손실 여부가 소송 결과에 달리면서 법적 공방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두산그룹과 금융권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이 투자자들과 접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국내 기관투자가 큰손인 국민연금이 대출 투자자였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무너지며 일각에서는 채권단의 압박용 카드에 불과했던 그룹 여신 회수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신뢰도 측면에서도 두산그룹에 불리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DICC 투자회수를 두고 PEF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은 우호적 시각을 거뒀다. 이는 밥캣 프리IPO(상장 전 투자)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 측도 인수금융 만기 연장 실패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차주는 PEF들이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 두산그룹에 대한 금융사들의 실망감이 커져 그룹의 기업 여신 관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