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두산건설 HRSG사업부 인수한다
입력 2016.05.09 18:10|수정 2016.05.11 12:54
    매각가 3000억원 내외…"세부 거래 조건 조율 일단락"
    두산건설 매각 대금 차입금 상환에 사용 전망
    1Q 순차입금 1조751억원, 매각 후 7000억원 대 예상
    "수익 기반 감소 '부정적'"평가도…"재무구조 개선효과 더 커"
    • 두산건설이 배열회수처리(HRSG) 사업부 인수자로 다국적 에너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을 낙점했다.

      이번 매각으로 두산건설은 '알짜' 사업부를 내주지만 1조원이 넘는 순차입금이 7000억원대로 줄 전망이다. 영업으로 번 돈보다 금융비용 지출이 더 많고, 자금조달비용이 10%에 달하는 두산건설은 연간 300억원 내외의 금융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됐다.

      6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차환 발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주)두산의 CFP팀과 GE는 지난 연휴에 매각 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두산이 GE를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최종적인 거래 조건을 조율도 마무리지었다"며 "빠르면 10일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여부를 공식 발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거래 조건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거래 가격은 30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두산과 GE는 협상 초기 의견차만 확인했다. 이 때문에 거래 조건 협의가 예정보다 일주일 가량 늦어졌다. 구제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GE가 요구한 인수 조건을 두산이 수용하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당시에도 최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C PE와 아폴로PE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거론하며 인수 조건을 제시하자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 HRSG 인수에는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MSPE)도 참여했다. 두산은 조건부 인수 조건을 제시한 MSPE과는 협상을 길게 이어가지 않았다. HRSG 사업부에 대한 가치 판단을 비롯한 거래조건에서 두산과 MSPE와의 인식차만 확인했다. 그럼에도 두산은 MSPE를 마지막까지 배제하지 않았다. GE를 압박하는 동시에 GE와의 결렬에 대비하는 차원이 강했다.

      지난해 프랑스 알스톰을 인수한 GE는 두산건설 HRSG 인수로 복합화력발전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 두산건설 내부에서도 GE로 매각을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해말 GE가 이집트 아시우트 지역 발전 프로젝트의 HRSG 사업자로 두산건설을 선정하는 등 오랫동안 GE와 거래 관계를 유지해 왔고, 다국적 대기업으로 매각돼 근무 및 고용 여건이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두산건설은 HRSG 매각 대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두산건설은 2월과 4월 기업설명회에서 차입금 감축 방안으로 분당부지·두산큐벡스(매각완료) 등과 함께 HRSG 사업부 매각을 제시했다. 1분기 말 현재, 연말까지 만기도래 시장성 차입금은 2300억원으로 이번 매각이 완료되면 연내 차입금 상환 부담은 해소됐다.

      순차입금 규모는 1분기말 1조751억원에서 상반기 말 두산큐벡스 매각대금 1079억원 매각대금까지 반영해 7000억원 내외로 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이자비용은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월 신용등급 상향 조건으로 이자비용이 상각전이익(EBITDA)보다 낮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올해 초 두산건설은 1326억원을 올해 목표 영업이익으로 제시했다. 현재 두산건설 신용등급은 BB+(부정적)이다.

      이번 매각은 6월에 차환할 4000억원 규모의 두산건설 상환전환우선주(RCPS)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이 신용보강하지만 두산건설의 신용도도 영향을 받는 투자 구조이기 때문이다.

    • 다만 HRSG 사업부 매각으로 두산건설에 꾸준한 수익을 내준 사업부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지난해 두산건설이 167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HRSG 사업부는 120억원의 흑자를 냈다. 2014년에는 HRSG 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9.71%였지만 영업이익에서는 15.3%에 달했다.

      두산건설은 이에 대해 "대형 도급 주택사업 위주로 수주를 전개하고 있고, 지난해 구조조정을 일단락 지었기 때문에 건설 부문의 영업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HRSG 사업부 매각으로 수익 기반에 영향은 있겠지만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해 상반기말까지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GE의 기업결합신고 일정에 따라 매각 완료 시기는 바뀔 수 있다. 이번 매각자문사는 BDA파트너스, 법률자문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참여하고 있다. 두산은 두산건설 HRSG사업부 매각으로 그룹 차원의 자산 매각을 일단락 짓는다. 올해 초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매각했고, 지난달 말에는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를 MBK파트너스에 넘겼다. 두산DST는 한화테크윈이 인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