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家 남매 분리 경영 시작…캐스팅보트는 여전히 이명희 회장 손에
입력 2016.05.12 07:00|수정 2016.05.12 07:00
    정용진 부회장·정유경 총괄 사장 보유지분 상호교환
    계열분리 작업의 일환
    복합쇼핑몰·백화점 증축·면세점 진출 등에서 투자성과 보여줘야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이 신세계·이마트 지분을 상호교환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라는 그룹의 후계구도 그림은 더욱 뚜렷해졌다.

      후계구도가 완전히 정리됐다고 단정짓기엔 이르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 사장의 경영능력을 검증할 만한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올해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룹 내 백화점·면세점·복합쇼핑몰 부문의 큰 변화와 함께 계열분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매듭지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결국 양사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선택에 달렸다.

      ◇ 신세계·이마트 지분 맞교환…'정용진=마트' '정유경=백화점' 공식 구체화

      신세계는 지난 2011년 인적분할을 통해 예고한 계열분리 작업을 최근 한 단계 구체화했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정유경 총괄 사장에게 주당 21만1500원에, 이마트 역시 정유경 총괄 사장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정용진 부회장에게 주당 18만3500원에 매도했다.

      이로써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만, 정유경 총괄 사장은 신세계 지분만 보유하게 됐다. 신세계·이마트의 최대주주로서 각 사 지분을 18.2%씩 보유한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다.

      이번 지분교환은 신세계가 계열분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신세계 측은 "작년 말 그룹 전략실 기능을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분산하며 강조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명희 회장이 후계구도의 밑그림을 비교적 뚜렷하게 그려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후계구도에 관해 충분한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라며 "지분구도가 단순명료해진 만큼 회사경영은 이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몫이라는 신호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올해 강남점 증축·면세점·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프로젝트 결과 나와

      신세계의 계열분리 작업은 각 사업영역에서의 굵직한 프로젝트들과 맞물려 진행 중이다. 신세계는 올해도 백화점·대형마트·복합쇼핑몰 등의 영역에서 진행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그간 제한된 업황 회복세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유통 대기업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벌여왔다. 그만큼 각 부문을 책임지는 남매의 부담도 커졌다. 향후 성과에 따라 이들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 이마트 부문은 복합쇼핑몰 대규모 투자로, 백화점 부문은 강남점 증축·면세점 사업 진출 등으로 녹록지 않은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그동안 (업황침체를 고려해도) 특별히 높게 평가할 만한 성과가 많지 않았다"라며 "신세계·이마트가 선택한 공격적인 투자가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 아직까진 확신이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용진 부회장보다 다소 노출 비중이 적었던 정유경 사장에 대해 관심을 더 보이는 분위기다. 정 사장은 그간 성과를 보일만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연말에서야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사장의 대표적인 기대작은 새로이 문을 연 강남점과 본점 면세점 출점 효과다. 어느 하나 성과를 내긴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증권사 유통 애널리스트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면세점 매장(8~12층) 공사로 전년 동기 대비 15~20% 수준의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를 강남전 증축으로 상쇄하려 했지만 강남점이 증축 직후에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20~30%가량 증가하다 현재는 신장률이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 또한 대형마트의 오랜 업황침체로 힘겹게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마트는 온라인몰, 일렉트로마트(로드샵) 외에 복합쇼핑몰 등에도 큰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해 연말 개장하는 하남유니온스퀘어에는 외국인 투자를 포함해 총 1조원이 투입된다. 이러한 투자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는 시선은 역시 그리 크지 않다.

      결국 신세계그룹의 후계 구도는 이명희 회장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경영 성과가 높은 쪽에 자신의 지분을 넘길수도, 아니면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 후계구도가 정 부회장과 정 총괄 사장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유동적인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이명희 회장이 보유 중인 신세계·이마트 지분을 제3자에게 주는 그림도 아예 배제할 순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