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자신감 드러냈지만…여신한도 축소·등급하향 현실화
동국제강 "올해 자산매각 없다" vs. 신평사 "추가 구조조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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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이 4년 만에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지난해까지 순손실을 이어 온 동국제강은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구조적·체질적인 수익성 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은행권 여신한도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절박함이 보였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동국제강은 지난 12일 본사 페럼홀에서 기관투자자·애널리스트·기자를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한 동국제강이었다. 150석 규모의 페럼홀이 가득차 간이의자가 투입되는 등 4년 만에 개최된 IR에 각계 관계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IR에 참석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권업계에서 동국제강 리포트를 안 쓴지 오래됐다”며 “최근 주택건설 경기 호조에 힘입어 주가가 많이 오른 점·빠르게 재무구조개선 약정 졸업 요건을 충족한 점 등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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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은 수익개선 배경이 구조적 변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1·2후판공장 가동중단으로 전체 후판가동률을 높이고(지난 3분기 이후 100% 유지) 고정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회사가 추산한 원가절감 효과는 연간 420억원 수준이다. 또 슬래브 재고량 축소 운영을 통해 3000억원 상당의 운전자본을 절감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성호 CFO는 "건설·가전 등 성장시장에 대응해 봉형강·냉연·컬러강판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며 "조선업 부진에 대응해 후판 3개 공장 중 2개 공장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후판·봉형강·냉연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비는 지난 2011년 각각 42%·32%·23%에서 올해 1분기 18%·46%·36%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후판 부문 손실축소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후판공장 단일화를 통해 가동률은 높아졌지만 수급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 들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절벽’이 현실화함에 따라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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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봉형강 부문의 이익 감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까진 호조를 보이던 주택 건설경기가 내년 이후로는 인구절벽 등을 이유로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후판·봉형강·냉연 등 강종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실적변동성이 큰 강종이다. 회사의 주장대로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게 시장·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동국제강은 최근 정부·철강협회 주도로 진행 중인 철강 구조조정 논의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곽진수 전략담당 이사는 "이미 동국제강은 후판 부문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완료했다”며 “현재 정부발(發) 철강업 구조조정에 대해 따로 준비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추가적인 자산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성호 CFO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 상황에서도 유동성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재무구조개선 계약이행을 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의 설명에 신용평가 업계는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자체 현금창출능력·신용도만으로 향후 만기 도래 회사채(내년 10월까지 4400억원)와 단기차입금(2015년 말 기준 2조2614억원)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BB+)까지 떨어졌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은행권 여신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차입금과 향후 만기 도래 회사채에 대응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구조조정·자산매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매각 대상을 밝히거나 매각 가능성을 드러낼 경우 해당 매물의 가격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회사가 직접적으로 밝히기 힘든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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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