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9 파도까지 몰려오는데…보험사들 부담 '엎친 데 덮친격'
입력 2016.05.19 07:00|수정 2016.05.19 07:00
    IFRS9, 2018년 전면 시행 의무화
    자산 분류·손상처리 회계기준 변동
    보험사, 충당금 10~20%정도 늘고
    자본 불리기 같은 '꼼수'도 불가능
    "자산건전성 확연하게 드러날 것"
    • IFRS4 2단계와 솔벤시2(Solvency II), 여기에 감독회계 도입으로 우왕좌왕하는 국내 보험사들에 IFRS9 이라는 새로운 파도까지 밀려오고 있다. 향후 미칠 파급효과가 결코 작지 않지만, 보험사들과 감독당국 모두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FRS4 2단계는 보험사를 대상으로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보험부채(보험계약)의 시가평가를 의미한다. IFRS9은 보유한 금융상품과 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회계장부에 반영하도록 한 기준이다. 재무제표에서 '자산'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은행, 보험 등 모든 금융회사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불과 2년 뒤인 2018년 전면시행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는 IFRS4 2단계 전면도입(2020년)보다 2년 빠르다.

      국내 보험사들의 '사업구조'로 인해 IFRS9 역시 보험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 대부분이 저금리 상황에서 보험 영업에서는 손해를 보거나 손익분기점만 맞춘 후, 금융상품 투자를 통한 운용 수익으로 이익을 내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서다.

      이 상황에서 보험사가 투자목적으로 사들인 금융자산을 과거와 다르게 장부에 반영하면 보험사 재무구조 영향이 불가피하다. 충당금 부담이 증가하고, 채권 시가평가를 통한 자본 불리기 '꼼수'도 불가능해진다. 중장기적으론 자산운용전략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손충당금 더 쌓아야...보유자산 '부풀리기'도 금지

      IFRS9이 도입되면 우선 보험사의 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대출채권 규모는 각각 106조원, 49조원이다. 이중 대손충당금은 생보사 3580억원, 2460억원이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손충당금 규모가 작은 편이다.

      기존 회계기준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투자한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에 부도가 발생하는 등 이른바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손실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IFRS9이 도입되면 내부기준(연체정보, 신용등급)을 활용해 대출이 발생한 시점부터 위험도를 판단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결국 현재보다 위험대비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IFRS9 도입 시 보험사의 대손충당금이 현재보다 10~20% 늘어 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 등 비교적 위험이 큰 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충당금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 또 IFRS9이 도입되면 금융자산을 일정한 체계에 따라 공정가치로 반영, 자본 부풀리기 같은 '꼼수'도 부릴 수 없게 된다.

      그간 일부 보험사들은 금리 하락기에 장부가격으로 반영한 '만기보유증권'을 시가로 평가하는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해왔다. 시가평가 과정에서 대규모 이익이 발생, 이는 고스란히 자본으로 쌓여 지급여력(RBC)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됐다. 2014년 하반기 한화생명은 만기보유증권 12조원 전량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전환하며 RBC비율을 5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따져보면 보유자산이 바뀐것도 없는데 금융상품 회계 계정만 변경해 장부상 이익을 쌓은 것이다. 심지어 2개 회계연도가 지난 다음에는 본래 계정으로 '재변경'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IFRS9에서는 현금흐름의 특성 및 사업모형에 따라 금융자산을 분류하도록 했다. 기존 기준보다 '경영진의 판단 및 보유 목적'이 적용되는 범위가 좁아졌다. 금융자산의 계정 재분류도 사업모형 변동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한다. 보험사들의 이익 늘리기가 불가능해지고 그만큼 부담도 늘어난다.

      ◇주식 취득 영향..'삼성생명-삼성전자' 고민 더 커져

      아울러 IFRS9의 도입은 보험사들의 주식 취득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행 회계제도 아래에선 보험사가 지분상품을 매각할 경우 처분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하게끔 돼있다. 하지만 IFRS9에선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한 지분상품은 매각이 이뤄져도 처분손익이 당기손익으로 인식되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주식 취득시 당기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 당기손익 또는 기타포괄손익 금융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

      주식 투자와 관련해선 삼성생명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약 12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식을 계정 재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당기손익 금융자산으로 분류할 경우 주가 변동에 따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 기타포괄손익 자산으로 분류할 경우 매각을 하더라도 그 처분손익을 당기손익에 인식할 수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처럼 기타포괄손익으로 계정분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럴 경우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매각을 하더라도 손익을 인식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인력 및 시스템 부담도 문제다. 국내보다 앞서 영향 분석을 한 호주회계기준위원회(AASB)는 조사대상기업(은행 74개, 유사금융기관 100개)의 전환비용이 총 3000억원, 연간 계속발생 비용은 18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IFRS4 2단계, 신지급여력(RBC)제도 도입 등으로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보험사에 새로운 부담이 더해질 전망이다.

      도입 시점에서 IFRS9 충격 여파는 겉보기에는 IFRS4 2단계 도입 보다는 작을 것이란 관측이다. IFRS4 2단계의 경우 도입시점부터 부채 증가에 따른 대규모 자본감소가 예상되지만, IFRS9은 재무제표상 계정 변화를 제외하고는 도입시점에서 이렇다 할 변화가 나타나진 않는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의 체질과 재무구조 전반에 묵직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보다 강화된 손상규정, 엄격한 계정분류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행태에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자산건전성이 이전보다 확연하게 드러날 수 있다"라며 "리스크가 큰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IFRS4 2단계와 IFRS9 도입시기의 '미스 매치'도 보험사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부채의 시가평가와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는 함께 맞물려 가야 하는 부분이다. 당초 두 회계 기준은 비슷한 시기에 도입이 추진됐지만, IFRS4 2단계를 둘러싸고 논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2년 이상 도입 시기에 차이가 나게 됐다.

      IFRS4 2단계는 현재 2020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IFRS9은 2018년 전면 적용이 예고됐다. 은행 및 은행지주 계열 보험사는 연결회계때문에 2018년 IFRS9 도입이 불가피하다. 일부 전업 보험사는 도입시기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비은행계열 전업사의 경우 2~3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 IFRS9 도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의 IFRS9 도입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며 "당분간은 기존 회계기준과 IFRS9이 혼용되는 형태로 적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