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보험사' ING생명, 경영권 매각은 산 넘어 산
입력 2016.05.19 07:00|수정 2016.05.19 07:00
    자산 구성·운용수익률 등 우수
    알리안츠 매각후 회계 기준 변경
    보험사 가치 평가 체계 '흔들'
    ING생명 예상 거래가 1조~3조
    가격차 커 접점 찾기 힘들 듯
    • ING생명이‘좋은 보험사’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매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매각을 계기로 회계·감독 기준 변경에 따른 보험사 가치평가에 대한 불확실성, 인수자의 추가 투자 부담 우려가 전면 부각됐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MBK파트너스와 인수후보들이 생각하는 가격차가 1조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좋은 회사' ING생명‐ 자산구성·생산성·영업력 우수”

      금융위기 이후 매각 논란으로 영업력이 훼손된 ING생명은 2013년 말,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환골탈태했다. 자산은 2년 만에 5조6628억원가량 증가해 지난해말 30조원에 육박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에 이어 업계 5위다.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528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마진은 인수당시 5.7%에서 지난해 말에는 6.8%로 상승했다.

      전속설계사수는 4990명으로 늘었다. NH농협생명의 두 배 수준이다. 전속설계사는 GA(독립법인대리점)보다 훨씬 더 견고한 영업 조직으로,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설계사들의 생산성을 파악할 수 있는 월평균 수입은 2014년 1월 300만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570만원으로 상승했다. 설계사 유지율(안착률)은 40%에서 48%로 상승했다. 입사 후 2명 중 한 명은 ING생명에 남

      고 있다. 설계사의 꽃으로 불리는‘백만달러 원탁회의 회원’은 545명으로 생보사 가운데 가장 많다.

      ING생명은 자산구성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채권, 현금성 자산, 약관 대출 등 안전자산 비중이 97%로 업계 평균인 66%보다 높다. 자산운용수익률은 4.7%로 평균을 웃돌고, 지급여력비율(RBC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29.4%에 달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 정비를 해놨기 때문에 인수 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알리안츠생명 매각, 보험사 가치평가 체계 흔들

      MBK파트너스는 최소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을 매각가로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당시 인수가는 1조8000억원이며 올해 초에 인수금융을 재구성해 4400억원을 먼저 회수했다. 3조원에 팔면 한미캐피탈 매각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낸 투자가 된다. MBK파트너스의 기대 현실화에 장애물은 지난 3월 매매 계약이 체결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다. 자산 규모가 16조원인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은 중국 안방생명보험에 불과 35억원에 팔렸다. 함께 팔린 알리안츠자산운용이 35억원이고, 알리안츠생명은 불과 1달러였다. 새로 도입될 회계 기준 변경과 유럽의 보험감독 기준이 매각가에 영향을 줬다.

      한 생보사 고위관계자는“2020년 IFRS4 2단계(보험계약 회계기준)와 IFRS9(금융상품기준서) 도입, 금융감독당국의 보험사 감독 강화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이 이번 ING생명 매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FRS4 2단계에서는 보험계약(부채)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결손금과 잉여금의 상계도 허용하지 않는다. 또 결손금을 부채로 반영해야 해 자본 감소로 이어진다. 저금리 상황에선 고금리 확정형 상품 판매가 많았던 보험사일수록 부채도 더 늘어난다.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제일생명 당시 판매한 고금리상품 탓에 1조5000억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알리안츠생명처럼 ING생명의 결손금 부담이 천문학적인 규모는 아닐 것이란 게 생보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인수 이후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을 알리안츠생명 매각을 통해 확인했고, ING생명 인수 후보들도 이 금액을 감안해 인수가를 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새 회계기준 시행에 따른 부채 증가 규모와 추가 자본 투입 요구액이 얼마가 될지 현재로선 구체적인 추정이 어렵다. 아직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IFRS4 2단계 적용에 대한 원칙만으로는 자본 확충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주요 보험사, LAT 결손금 증가‐ ING생명은 5000억 줄어

      자본 확충 예상 규모를 현행 보험부채적 정성평가(LAT) 결과를 통해 짐작해볼 수 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ING생명의 LAT결손금은 4176억원으로 자산규모가 22조 원인 동양생명이 1조1199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ING생명은 IFRS4 2단계 도입에도 상대적으로 자본 감소가 크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ING생명의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 규모가 8%에 불과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알리안츠생명과 달리 ING생명은 2000년 초반에 고금리 상품을 팔았고, 당시 금리도 높지 않아 IFRS42단계 적용에서 다른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보험회계 전문가는“국제회계기준원이 보험계약별 시가평가가 아닌, 공통 상품별로 묶어 결손금과 잉여금을 상계한 후 결손금 규모를 산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지만 IFRS4 2단계에선 LAT 평가 카테고리가 현재 5개에서 10개 정도로 늘기 때문에 현재 평가금액보다 결손금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IFRS4 2단계 적용시 결손금은 현행 결손금의 2.5배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NG생명은 지난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을 재분류하면서 발생한 1조558억원을의 기타포괄이익덕분에 자본 규모가 4조169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결손금이 현재의 2.5배라면 ING생명의 자본금은 2014년 말 수준으로 다시 복귀한다.

      LAT 결손금을 평가하는 데 있어 또 다른 변수는 할인율, 보험계약의 듀레이션 측정이다. 어떤 할인율을 적용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할인율은 부채 규모 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다. 10bp(0.01%포인트)만 움직여도 자본 변동규모가 5~8%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ING생명의 결손금이 지난해 감소한 부분도 논란이다. 금리가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다.

      ING생명은 “2014년까지는 배당상품의 향후 계약자배당금을 2010년 기준으로 산출했는데 보다 정확한 결손금 예측을 위해 현재의 시장상황을 반영한 최적 가정을 사용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인수후보측 한 관계자는“기업 실사를 통해 정밀히 따져봐야할 부분”이라며“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ING생명의 예상 거래가는 1조~3조원이다. 최대 2조원의 가격차는 접점을 찾기 어려운 범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그동안에는 보험사 가치평가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향후 회계기준 및 감독 체계 변경에 따른 기존의 가치평가 방법이 무너지고 인수 후보별로 각자의 가치 평가 체계를 적용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라며“ING생명에 대한 매각 측과 인수후보간의 가격차가 몇백억원, 몇 천억원이 아니라 지금은 0원과 1조원의 간격”이라고 했다. 달리 이야기 하면 현재 예상 가격은 의미없는 숫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