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자회사 매각, 시작부터 '삐걱'
입력 2016.05.19 07:05|수정 2016.05.19 07:05
    産銀 비금융자회사 대부분 2대주주 지분…투자회수 '물음표'
    KDB생명·대우건설 등 대어(大漁)급 자회사 매각도 '삐걱'
    • 산업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한국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태양광 업체 넥솔론. 산업은행은 이 회사의 최대 주주로 첫 자회사 매각 성공 사례가 될 것

      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달 매각 본입찰은 유찰로 끝났다. 투자은행(IB) 업계관계자는“재매각을 추진하겠지만 태양

      광 업황 부진과 웨이퍼 가격의 지속적인하락으로 매각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매각도연초부터 꼬였다. 한화그룹, 두산그룹과 현대자동차가 각각 시간외대량매매(블록세일)를 통해 보유 지분을 매각해 경영권이 붙어 있는 산업은행 보유 지분의 매각 시나리오가 무산됐다. 현재 산업은행은 외부 매각을 접고 한국수출입은행에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각 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지분들이 매각 실패하거나 시도조차 못하는 상황이 된 터라 다른 자회사 매각 전망은 더 어둡다. 경영권이 있는 넥솔론이나 KAI와 달리 비금융자회사 대부분이 비상장사의 2대주주 지분이다. 자회사로 분류됐지만 사실상 투자와 지원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매각 목표는 46곳이나 된다.

    • 사모펀드(PEF)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KDB생명과 대우건설의 매각도 요원하다. 2010년 인수한 KDB생명은 내년 초가 투자 만기지만 매각 계획조차 못 잡고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IFRS4 2단계 도입으로 기업 가치가 절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처럼 투자 원금을 포기하는 매각을 선택할 바에는 하지않겠다는 게 현재 산업은행의 입장이다.투자 원금만 해도 1조원이나 된다.

      3조원 이상이 투입된 대우건설은 주당평균 인수가격이 1만5000원이지만 현재주가는 6000원 정도다.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 어렵고, 받는다고 해도 산업은행이 손실을 봐야 한다. 현 시점에 대형 건설사를 인수할 곳이 있을지부터 의문이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자회사 매각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정부가 투자회수가 쉽지 않은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매각을 밀어붙이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몰라서 추진하는 것인지 속을 모르겠다”며“정부가 상황을 모르고 추진하는 것이라면 더 큰 문제”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도“정부는 PEF들이 산업은행 자회사 인수에 나서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경영권 확보도 어렵고,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 회수가 가능한 곳도 몇 곳 없다”며“자회사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보단 오히려 매각 강행에 따른 장부상 손실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12일 10: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