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고성장은 옛말, 등록제 전환이 해법
입력 2016.05.20 07:00|수정 2016.05.20 07:00
    • 자율경쟁을 통해 성장해야 할 국내 시내면세점 시장이 수년째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근시안적인 정책을 내놓으며 업계의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그사이 규제에서 자유로운 일부 해외 면세점들은 자체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올림픽으로 비유되는 글로벌 면세경쟁 속에서 정부가 시내면세점 허가제를 유지해야 할 명분을 찾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시내면세점 산업은 기본적으로 '업체 수 제한'이라는 틀에 얽매여 있다. 시내면세점 허가제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당시 면세점 사업체의 난립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면세점 개장이 가능한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했다.

      이 무렵 국내 면세점 시장은 중국·일본 관광객 증가로 급성장세를 보였다. 면세점 업계는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등록제로의 전환은 매번 실패했다. 2012년 경제민주화란 화두가 거론되자 면세점이 대기업에만 주어지는 특혜라는 논란까지 야기됐다. 이듬해 국회 면세점 개정안이 통과되며 설상가상으로 특허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면세점 '갑론을박'은 지난해 연말 세계 3위의 롯데와 20년 넘게 면세점을 운영해 온 SK네트웍스가 각각 소공동점, 워커힐점 사업권을 잃으며 가열됐다. 수 천억원의 매몰비용을 감당하게 된 두 업체를 비롯한 업계 전체의 반발은 컸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올 4월 시내면세점 추가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일련의 조치들은 정부의 면세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면세산업의 본질은 수출산업이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판매물품의 70% 이상이 외국인 구매분이다. 면세점이 외화획득 효과가 큰 수출산업이란 의미다. 수출산업의 근본 경쟁력은 규제완화로부터 나온다.

      정부가 정책을 놓고 혼동하는 사이 일본·중국·태국 등의 면세점은 국내 면세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민의 이탈을 막고자 중국 면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한도를 확대했다. 일본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해 한국 면세점을 벤치마킹, 도쿄 긴자에 시내면세점을 개장했다.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의 국가에선 시내면세점 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국내서 면세점 사업권이 뜨거운 감자가 되는 동안 경쟁 면세점들은 연간 30%씩 성장하는 아시아 면세시장과 주 고객인 중국인을 잡기 위한 경쟁력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해외 전문가들도 우리 정부의 면세점 시장 개입을 경계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특허제도가 한국 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근시안적인 조치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면세점 업계의 자율경쟁이 외국계 자본의 습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외국 면세점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면세업체 수를 조정한다 해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향상되진 않는다. 신규 사업자들의 경쟁력은 단시간에 형성되기 어렵다. 롯데, 신라면세점 등이 영업노하우를 쌓는 데는 수 십년이 걸렸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에는 등록제 전환 여부에 대한 논의가 아예 배제됐다. 근본적인 경쟁력과 연관된 논의는 제외한 채 특허기간을 다시 10년으로 늘리는 등의 고무줄 정책을 내놓으며 또다시 업계의 불신을 샀다. 특허기간이 길어지며 갱신도 허용돼 일부분 규제가 완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업계는 정책이 일관적이지 못했다며 특허기간이 재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은 면세점 허가 여부란 화두에서 벗어나 서비스 경쟁력 향상 등에 집중해야 한다. 면세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은 옛말이다. 국내 시내면세점을 성장시킨 중국인 관광객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급감했다. 우리 업체들이 자율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