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확장 기조 이어나가
兩社, M&A 없인 효과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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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업계 차원에서 철강업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업계 1·2위 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은 각각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각사의 내부 문제를 처리하는데 바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나서지 않는 한 철강업 구조조정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4년부터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권 회장은 취임 직후 기업설명회(IR)에서 "철강산업은 구조적 과잉으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재무구조 획기적 개선'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밝혔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에 6건의 매각·청산·합병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지난해 완료한 구조조정 건수는 46건이며 이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효과는 2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50건 이상의 구조조정을 통해 4조원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와 철강협회가 추진하는 철강업 구조조정보다는 포스코 자체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자체 구조조정은 한계점도 있다. 구조조정이 대부분 비주력 자회사의 매각·청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별도 회사 포스코의 사업·인력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아 산업 공급과잉 해소에는 기여하는 게 미미하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전반적인 공급과잉 상황에서도 확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캡티브(Captive, 계열사 간 거래)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수요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쟁사들과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하며 단조 상공정을 확보했다. 올해는 특수강 상공정인 선재·봉강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IR에서 "완성차 중장기 생산량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순천에 제3아연도금공장(CGL) 설비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설비 합리화 비용까지 합치면 총 3000억원이 넘는 투자규모다. 투자 확장기조가 이어짐에 따라 차입금 규모도 증가세다. 현대제철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3조원을 넘어섰다.
현대·기아차도 최근 중국(4·5공장), 미국(2공장), 멕시코 등 세계 각지 생산시설 확장에 나섰다. 완성차 생산능력(CAPA)은 800만대에서 900만대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시장·철강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이 냉연·특수강 하공정은 물론 상공정 고로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대제철은 가능성을 부인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로 제철소를 확보한 점은 두 회사가 산업구조조정 논의에서 한 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로는 철강 상공정 생산설비다. 자사 고로에서 생산한 슬라브를 냉연·후판 등 하공정 생산에 사용하기 때문에 상공정이 없는 업체와 비교해서 원가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세계적인 철강 불경기 속에서도 우수한 영업이익률을 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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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철강업 구조조정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대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철강업 구조조정은 M&A를 통한 대형화·생산비용 절감·고정비 감축 등이 핵심"이라며 "중소업체들 간의 M&A보다는 대형사 중심의 M&A가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가 철강회사 M&A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포스코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 계열사 매각·청산을 진행하는 만큼 타 업체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제철도 차입금 감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동시에 재벌의 소형사 M&A에 대한 국민정서적 반감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M&A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철강 산업구조조정을 성공하기 위해선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형업체들이 산업 구조개편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제도적으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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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12일 13: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