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 내에서 해외유가증권 비중도 증가세
삼성계열 보험사, 외화유가증권 규모 비중은 오히려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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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운용수익률 확보를 위해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계열 보험사들은 반대로 해외투자비중을 줄이고 있어 업계의 궁금증을 낳고 있다. 그 배경에는 보수적인 자산운용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운용자산에서 외화유가증권 비중은 최근 5년새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생명은 2011년 운용자산에서 외화유가증권의 비중이 9%(12조5000억원)였지만, 지난해 말 4.38%(10조원)으로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7.71%(2조8000억원)였던 외화유가증권 비중이 5%(3조1000억원)로 감소했다. 보험사 전체적으로 외화유가증권 투자규모가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것과 반대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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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통계정보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최근 3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1년과 2012년 19조원 규모였던 생보사의 외화유가증권 투자규모는 2013년 20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말 47조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들도 외화유가증권을 늘렸다. 2012년 7조원규모의 외화유가증권이 지난해 말 17조원으로 증가했다.
외화유가증권의 증가추이는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말 생보사의 운용자산에서 외화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6%로 지난 2013년 3.7%보다 3%포인트 증가했다. 손보사도 2013년 5.2%였던 외화유가증권 비중이 지난해 말 7.82%로 증가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삼성계열 보험사가 자산운용 기조가 보수화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공채가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이른다. 이는 경쟁사인 한화생명(13.69%), 교보생명(18.55%)을 크게 상회한다. 상성화재도 국공채가 자산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손보사 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계열 보험사는 외화유가증권 투자 시 100% 헷지(hedge)를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라며 “헷지를 하기 위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데다 파생상품 손익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외화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소형 보험사는 삼성계열 보험사의 이런 투자전략을 따라 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자산규모가 작은데다, 투자수익을 통해 보험영업 손실을 만회하는 상황에서 삼성과 같은 보수적인 자산운용은 사실상 힘들다는 설명이다.
한 중소형보험사 투자팀장은 “삼성계열 보험사와 달리 일부 중소형보험사는 환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해외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가 앞으로 보험업계의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보다 먼저 저금리를 겪은 일본과 대만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저금리에 대응해 일부 보험사는 보장성 중심의 보험 판매로 수익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재무건전성 강화를 한 반면, 다른 보험사는 해외투자로 이를 극복하려 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파산한 일본의 야마토생명은 자산구성에서 해외유가증권의 비중을 크게 높이며 저금리에 대응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해외투자가 평가손이 발생하며 파산한 바 있다”라며 “일본 보험사례는 서서히 데워지는 물 안의 개구리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험사들이 저금리 상황일 수록 비관적 시나리오에 기초한 위험관리가 필수적임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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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