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업 집합소' 롯데쇼핑, 고비용 구조가 수익성 발목잡아
입력 2016.05.23 07:00|수정 2016.05.24 09:21
    대형마트·해외사업 실적부진 지속
    한 데 모인 유통계열사 비용통제 힘든 탓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관련설명 누락
    할인점은 신선식품 투자가 비효율적
    • 롯데쇼핑의 '고비용 구조'가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롯데쇼핑이라는 큰 우산 아래 모인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각종 유통사업부에 대한 비용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쟁사 대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국내 할인점 부문이 첫 적자를 본 데 이어 편의점 부문이 호황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유통 계열사가 한 곳에 모인 롯데쇼핑의 사업구조는 일본 유통사를 닮아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국내 상황에 맞춰 비용구조에 변화를 줘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백화점 선방하긴 했지만…영업이익 신장세 1%에 그쳐

      롯데쇼핑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실적 부진세를 면치 못했다. 롯데쇼핑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한 백화점 부문을 제외한 전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특히 대형마트의 이익 감소폭이 컸다. 전년 같은 기간 백화점 부문의 영업이익이 소폭 증가하는 동안 할인점 부문은 62.5% 축소됐다.

      백화점 실적이 유일하게 선방하긴 했지만, 기존점 매출상승세 대비 영업이익 증가 폭은 소폭에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년 4분기에 기존점 매출이 1%, 국내부문 영업이익이 24% 확대됐다"며 "그러나 올 1분기엔 각각의 수치가 2%, 0.5%를 나타내면서 실적 추이에 있어 연속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영업이익 하락 폭이 컸던 할인점 부문은 이익개선세로 돌아서는 데 실패했다. 매출총이익률(GPM)이 감소한 가운데 모바일커머스사·유통 대기업과의 온라인 부문 투자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탓이 컸다. 해외 할인점 역시 전체 점포의 95%를 가진 중국에서의 부진으로 올 1분기에도 적자(240억원) 행진을 이어갔다.

      ◇ 각 사업별 비용통제 어려운 모습…편의점마저 이익 줄어

      유통업계는 롯데쇼핑의 이러한 실적부진세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고비용 구조를 꼽고 있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롯데의 유통 계열사가 한 데 모여있다 보니 사업구조가 비효율적인 모습"이라며 "특정 항목을 지목하기 어려울 만큼 전반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 회사 측의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비용관리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기대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한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황상 영업이익이 감소하기 힘든 편의점(세븐일레븐)마저 호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비용통제에 있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시장은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구조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 측은 미국 세븐일레븐에 지급하는 브랜드로열티(사용료)을 이익감소 요소로 꼽았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이 로열티는 전체 매출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점포수 기준으로도 국내 1위인 BGF리테일(9000개)과 세븐일레븐(7000개)이 큰 차이가 없어 이익하락세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 부문은 지난해부터 발목을 잡아 왔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적자실현 이후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 중이다. 그러나 관련 투자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신선식품 중간유통상(벤더)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데 투자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며 "이와 함께 할인점 투자강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줄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 日 유통그룹과 유사한 구조…"점유율 대비 이익률 낮다"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의 영업이익률(마진)이 시장점유율 대비 낮은 점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롯데쇼핑의 백화점·할인점 사업부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기준으로 각각 51.5%, 23.8%를 나타냈다. 회사의 순매출 기준 영업이익률은 롯데쇼핑보다 덩치가 작은 현대백화점과 엇비슷한 수준인 10%대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점유율 1위인 유통업체가 가장 높은 이익률을 보인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롯데쇼핑은 과거부터 이러한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 유통계열사들이 한 곳에 집합한 구조는 세븐&아이홀딩스·이온그룹과 같은 일본의 유통사를 닮아있다"라며 "롯데가 일본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국내 환경에 맞추지 못한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자체적으로 백화점, 할인점, 슈퍼, 아울렛 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편의점과 홈쇼핑 사업은 롯데쇼핑의 종속회사로 분류되고 있다.

      유통 경쟁사인 신세계와는 대조되는 양상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을 각각의 회사로 분리해 책임 경영을 강화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 롯데쇼핑이 각종 유통사업을 전담하는 그림이 고비용 구조를 초래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매출신장세가 신규출점 속도에 비해 뚜렷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통업 환경상 과거보다 점포수 증가 대비 매출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롯데쇼핑의 매출이 출점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 대비 유통채널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점은 롯데쇼핑의 신규출점과 관련된 비용구조 관리에 있어 고려돼야 할 중요사항으로 지목된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는 구분돼있던 유통사업들이 다 같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성장세가 제한적인) 각 사업부의 신규출점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