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5대 구조조정 산업 점검…"조선업, 관건은 설비조정"
입력 2016.05.24 15:00|수정 2016.05.24 15:00
    현대상선·한진해운 위기, 근해 컨테이너선사로 번질 가능성 작아
    철강사 구조조정은 업체별 양극화 전망
    석유화학 업체들은 구조조정에서 다소 비켜나 있어
    • 향후 조선사 구조조정의 핵심은 설비조정이 될 전망이다. 과잉수주 상태에서 과잉설비 상태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과 함께 1차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해운업의 경우 현대상선·한진해운 여파가 중견 컨테이너선사나 벌크선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은 24일 5대 업종 구조조정과 신용등급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기평은 "최근의 구조조정이 해당 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구조조정 자체가 관련 업체 신용등급 변동의 직접적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목이 쏠린 대형 조선사들에 대해서는 설비조정을 향후 구조조정의 화두로 지목했다. 김봉균 한기평 실장은 "조선산업이 과잉수주 상태에서 과잉설비 상태로 급변했다"라며 "설비조정에 대한 본격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지만 도크 매각 등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확대된 발주사들의 인도 취소 리스크도 점검이슈로 주목받았다. 김봉균 실장은 "선주사들이 발주를 급작스럽게 취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조선업의 구조적인 위험성에 대해 검토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해운업에 관해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으로 대표되는 대형 원양 컨테이너선사에 집중된 구조조정이 중견 근해 컨테이너선사나 벌크선사로 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시황침체에도 장기운송계약(COA)과 낮은 경쟁강도로 실적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기평이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도 분석됐다. 선영귀 건설업 담당 평가실장은 "건설업체는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이외의 구조조정 수단이 없다"라며 "지난해 주택경기 호조로 신규수주가 급증함에 따라 단기간 내 구조조정의 확대 가능성은 작다"라고 진단했다.

      철강업체들의 경우 업체별 구조조정 양극화 현상이 빚어질 전망이다. 최재헌 담당 평가실장은 "티어(tier) 1과 티어 2 업체 간의 신용등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본원적인 경쟁력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업황 침체에 대한 대응능력 측면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향후 국내 철강산업은 ▲산업 내 한계기업 퇴출 통한 자연적인 구조조정 ▲업체 간 치킨게임 통한 구조조정 ▲가동률 조정 등 자발적인 생산량 조절 통한 구조조정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본원적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자발적 사업재편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마지막으로 석유화학 업종은 유가 하락으로 산업 구조조정의 범주에서 다소 비켜나가 있다고 진단했다. 임택경 한기평 기업본부 본부장은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은 자체적인 품질 경쟁력 향상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유가 하락으로 원가경쟁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며 "중국경기와 유가라는 커다란 두 축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