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1분기 실적 가중치 적용해 공모가 끌어올렸다
입력 2016.05.25 07:00|수정 2016.05.25 07:00
    면세사업부 1분기 영업이익, 지난해 전체의 40% 육박
    1분기 실적 연환산해 60% 가중평균 적용
    지난해 실적 기준 9.5조 면세사업부, 12조가치로 끌어올려
    영업 종료 앞둔 월드타워점 가치도 포함
    • 호텔롯데가 올해 1분기 실적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공모가를 끌어올렸다. 면세 사업부가 1분기 호실적을 내자 이를 기업가치에 최대한 포함시키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가 이 방식으로 계산한 상각전 이익(EBITDA)은 지난해 연간 수치보다 20%나 높았다.

      호텔롯데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섬 오브 파트'(sum of part) 방식을 활용했다. 면세·호텔·월드 등 사업부별로 각각 유사기업을 선정해 사업부 가치를 계산한 후, 이를 더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옛 삼성에버랜드)도 상장과정에서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밸류에이션 수단으로는 상장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주가순이익배율(PER) 대신,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이익(EV/EBITDA)를 활용했다. 호텔롯데 자산상각비용의 비중이 크고 자기자본 활용 집중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비교 대상 동종 기업으로 ▲면세사업부는 호텔신라 ▲호텔사업부는 힐튼월드와이드 등 해외기업 4곳 ▲월드사업부는 멀린엔터그룹 등 해외기업 5곳 ▲리조트사업부는 강원랜드·파라다이스 등 국내기업 3곳을 선정했다.

      공모가 산정의 핵심은 역시 면세사업부였다.

      면세사업부는 호텔롯데 매출과 이익, EBITDA의 90%를 차지하는 사업부다. 면세사업부 가치 평가가 기업 전체 가치를 좌우하는 구조다.

      호텔롯데는 특별한 설명없이 2016년 1분기 실적의 연환산(4배) 수치를 60%, 2015년 실적을 40%로 반영해 가중평균했다. 그 결과 면세사업부의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 면세사업부는 지난 1분기 1416억여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지난해 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면세사업부 연간 영업이익(3842억여원)의 40%에 육박할 정도다.

      지난해 면세사업부의 연간 EBITDA는 4235억여원이었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반영한 면세사업부 EBITDA는 5370억여원이다. 1000억원 이상 높아졌다. 1분기 실적을 가중 적용한 결과다.

      동종기업인 호텔신라의 EV/EBITDA 배수는 22.4배로 계산됐다. 호텔롯데는 이 수치를 적용해 면세사업부의 영업가치를 12조원으로 계산했다. 지난해 EBITDA로만 계산했다면 면세사업부의 가치는 9조5000억원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분석된다.

      면세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의 가치는 총 8700억원 수준이었다. 계열사 지분 등 보유 지분 가치 5조4000억원을 더해 호텔롯데의 전체 시가총액을 18조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최대 26.3%의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한 공모가가 주당 9만7000~12만원이다.

      호텔롯데가 가중치까지 부여해 산출한 면세사업부의 가치에는 월드타워점의 가치도 포함돼있다. 월드타워점은 오는 6월말 영업이 종료된다.

      월드타워점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800억여원으로 면세사업부 전체 매출에서 3위, 13.5%의 비중을 갖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시내 면세점을 추가 지정할 계획이지만, 월드타워점이 다시 라이선스를 받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호텔롯데는 이런 점까지 반영, 대형 공모에서는 드물게 최대 20% 이상의 공모가 할인율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순히 PER 지표만 활용했다면 호텔롯데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기 어려웠을 수 있다"며 "설명회(IR) 이후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들이 공모가 수준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