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美·日 전철 밟을라…불황기 대비 기초체력 길러야
입력 2016.05.25 07:00|수정 2016.05.25 07:00
    美·日 항공사 구조조정 직전의 모습과 유사
    매출·자산규모 비슷한 외항사보다 차입규모 '과다'
    수익성 지표 좋을 때 재무부담 덜어내야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국적 항공사들의 수익성 지표가 비용절감과 수요상승에 힘입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한숨을 돌리기엔 이르다. 아시아 항공시장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자산 규모가 비슷한 다른 외항사들에 비해 재무적 완충력이 취약하다. 두 항공사의 수익성이 뒷받침되고 있는 올해가 추가 재무구조 작업을 진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점으로 거론된다.

      ◇ 경쟁심화·비용부담 증가…"5~10년 전 미국·일본환경과 유사"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항공, 알래스카의 여름은 길지 않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항공 운송산업이 5~10여년 전의 미국과 일본이 겪은 상황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저가항공사 출현에 따른 경쟁 격화, 가격인하에 따른 재무부담 상승이 대표적이다.

      2000년 중반 미국 항공시장은 사우스웨스트·제트블루·에어트랜 등 저가항공사 출현으로 가격경쟁이 심해졌다. 2004년 11개 대형 항공사 중 5개가 인수합병(M&A)으로 사라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이 큰 4대 항공사가 미국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게 됐다.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일본항공사들 역시 높은 비용부담으로 2010년 도산을 겪어야 했다. 일본항공은 도산 이후에야 실적이 다시 상승했다. 최근엔 3년 연속 흑자를 기록, 주주 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5년째 무배당을 고수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대조된다.

      지금의 아시아 항공시장은 당시 미국·일본이 구조조정을 겪기 이전의 환경을 일부분 닮았다는 게 김봉균 연구원의 분석이다. 아시아 항공시장은 현재 높은 성장잠재력으로 판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중동이 국가적 차원에서 항공시설을 확충, 규모의 경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의 경쟁도 치열해져 국내 독과점 시장구조가 뚜렷하게 무너지고 있다.

    • 외항사와의 경쟁 심화 속에서 인천공항의 환승률은 2013년 18.7%에서 지난해 상반기 15.7%로 하락했다. 인천공항은 아시아 허브공항의 위상을 홍콩, 싱가포르 등에 빼앗길 위기다. 향후 국적 항공사의 수익성을 좌우할 주요소 중 하나인 환승 매출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선경쟁은 한층 격화됐다. 대한항공이 암묵적 동의 하에 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하던 오키나와 노선을 최근 취항하기 시작한 게 대표 사례다.

      ◇ 외항사 대비 차입규모 '과다'…수익성 부담 적을 때 재무구조 개선해야

      이 와중에 국적 항공사의 재무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매출과 자산규모 고려 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유사한 외항사는 호주 콴타스항공, 홍콩 캐세이퍼시픽, 일본항공(JAL), 싱가포르항공, 대만 에바(EVA)항공,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 등 총 6곳이다. 이 중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이 가장 큰 곳은 콴타스항공(132억달러), 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케세이패시픽(224억달러)이다.

      이들 항공사 중 대한항공은 가장 큰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부채는 작년 기준으로 184억달러(21조8684억원)로 8곳의 평균 부채규모인 91억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차입금 증가 속도도 빠르다. 대한항공은 지난 5년간 총 4조4000억원어치의 자산에 계상되는 자본적 지출이 있었다. 여기에 현금흐름을 수반하지 않은 금융리스를 고려하면 12조1000억원에 달하는 항공기 관련 투자를 집행했다.

    • 수익성 지표흐름은 좋다. 대한항공은 올 1분기 사상 최대의 분기 기준 영업이익을 거뒀다. 높은 금융비용이 발목을 잡아 유가하락의 효과를 다 누리진 못했다. 그러나 작년 1분기 전체 영업비용의 30%를 차지했던 연료유류비 비중이 올 1분기에 19%까지 떨어졌다.

      이에 김봉균 한기평 연구원은 수익성이 회사의 부담을 주지 않는 시기, 즉 지금부터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견조한 내국인 수요와 유류비 부담의 큰 감소, 중장기적으로 여객 수요 성장이라는 점은 국내 국적항공사들에 긍정적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경쟁 구도 변화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 연구원은 "이제는 항공운송산업의 본질적인 고정원가 부담의 이유로 국내 국적항공사들의 차입금 증가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예기치 못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기초체력을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