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PEF 주주 풋옵션에 ING생명 인수로 대응하나
입력 2016.05.30 07:00|수정 2016.05.30 07:00
    "PEF 주주, 투자회수 현실화에 다른 성장스토리로 대응"
    ING생명 인수하면 삼성생명 다음 자산규모 2위
    인수여력 1조6000억원, FI 유치해야…"보험업황 전망 어두워"
    2013년에도 인수의향서 제출 후 본입찰 불참
    • 교보생명이 사모펀드(PEF) 주주들의 풋옵션(Put Option) 행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ING생명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투자은행(IB)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풋옵션 대응도 벅찬데 ING생명 인수가 가능하겠냐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PEF 주주들의 투자 회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상장 스토리 제시를 위해 ING생명 인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처럼 발만 걸치다 인수 참여를 중단하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게 후자의 시각이다.

      ◇ PEF 주주들 투자회수 설득하러 ING생명 인수 추진?

      2012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베어링PEA)·싱가포르투자청(GIC)은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졌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 대주주와 2015년 말까지 기업공개(IPO)를 약속 받았다.

      IPO는 이뤄지지 않았고,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계약에 따라 풋옵션을 갖게 됐다. 다만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이 높은 배당을 하고 있는 관계로 풋옵션을 행사를 미루고 있다. 일부 PEF들은 지난해와 올해 초, 인수금융 자본재구조화로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컨소시엄 내 상호협약 조건들도 종료되고 각자 지분 매각에 나서야 한다. 현재 생보업계 현황과 전망을 감안했을 때, 지분 매각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자연스럽게 IB업계에선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풋옵션 행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문제는 신 회장이 1조2000억원 이상이 될 풋옵션을 받아줄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신 회장의 선택지는 주주 교체와 주주 설득을 통한 투자기간 연장이다.

      한 IB업계의 보험업 전문가는 "ING생명 인수 추진은 PEF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새로운 스토리를 제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며 "ING생명을 인수하면 삼성생명 다음의 보험사가 된다는 점 등을 부각시켜 풋옵션 행사를 막거나, 투자기간 연장을 이끌어 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대마불사(大馬不死) 전략을 구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의 지난해말 기준 총 자산은 86조5000억원, 29조5000억의 ING생명을 인수하면 한화생명을 제치고 자산규모 116조원, 생보업계 2위가 된다.

      과거 보고펀드가 동양생명과 함께 ING생명 인수에 나선 사례가 비슷한 예로 꼽힌다. ING생명이 동양생명의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줄 수 있는 매력적인 보험사이기도 했지만 당시 보고펀드는 당장 동양생명 매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ING생명 인수를 통한 대형화로 펀드투자자를 달래는 동시에 투자 회수 시간을 확보하려 했다.

      실제로 신 회장과 교보생명이 이같은 전략에 따라 ING생명 인수에 참여했다면 교보생명은 '진성 인수후보'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인수 실탄 부족, PEF 주주들 동의도 미지수

      보험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제쳐두더라도 교보생명이 ING생명을 인수하는 데 있어 현실적인 문제는 인수 여력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생명의 인수 여력은 1조6000억원이다. 보험업법은 국내 보험사가 자회사 발행 채권과 주식 소유 규모를 자기자본의 60%, 총 자산의 3% 가운데 작은 금액을 투자 한도로 정하고 있다. 총 투자한도(자산의 3%)는 2조5950억원이지만 이미 교보라이프플래닛 등에 9000억원을 투자했다. 재무적 투자자(FI)를 구하지 않고서는 ING생명 인수가 어렵다.

      그러나 또다시 FI를 구해 ING생명을 인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IB업계는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매각가로 3조원에서 4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PEF 주주들이 투자회수를 바라보는 시점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IPO나 새로운 FI 유치 등 회수 방안이 확정되기 전에 교보생명의 신규 M&A를 지원해주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LOI 제출 과정에서 PEF 주주들과 협의는 없었다.

      ‘ING생명 인수’라는 성장 스토리도 2년 전 설득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3년 ING생명이 매물로 나왔을 때 PEF들은 인수 실사까지 함께 했을 정도로 교보생명의 ING생명 인수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끝내 인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PEF 주주들 역시 M&A를 활용한 대형 생보사로의 성장 기대감을 접었다.

      한 투자자 관계자는 "2013년 ING생명 인수가 흐지부지되면서 교보생명의 인수 의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겼다“면서 “이번에도 인수 검토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생보업계에서도 교보생명의 움직임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평소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그간 M&A 추진 등을 보면 이번에도 ING생명 인수 검토만 하고 중단할 것 같다"며 "MBK파트너스의 요청에 따른 인수 의향서 제출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25일 "예비입찰에 참여해여 ING생명 실사 기회를 얻기 때문에 LOI를 제출했다"며 "실사 후에 인수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협의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인수 추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FI들과 협의할 단계도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