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퇴직연금 시장 놓고 전략 갈리는 금융사
입력 2016.05.31 07:00|수정 2016.05.31 07:00
    은행은 전국 지점 영업망 강점 활용
    보험사는 종신상품, 증권사는 높은 수익률 강조
    대기업 퇴직연금 시장 놓고 금융사간 경쟁 더욱 치열해 질 전망
    •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금융사마다 전략이 갈리고 있다. 영업력이 강한 은행은 중소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보험사와 증권사는 대기업 중심의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앞으로 퇴직연금 의무화 도입 및 자산운용 자율화 여부가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26조4000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020년까지 3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장 별로 살펴보면 500인 이상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99%를 넘는다. 반면 1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도입률이 50%가 안된다. 1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의 도입률은 12%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 의무화가 지연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가 2014년 퇴직연금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사적연금 활성화 법안을 내놓았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처리가 안됐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퇴직연금 도입 시 사내유보가 안 되는데다, 기존 퇴직금제도에 대한 근로자의 선호가 있어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머뭇거리고 있다.

    • 이런 상황에 금융사들의 전략은 갈리고 있다. 은행들은 전국의 지점망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 퇴직연금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놓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퇴직연금 담당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를 잡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험사와 증권사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시장 보다는 대기업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장은 규모가 작아 적립금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본사 중심의 영업조직으론 중소기업 고객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지속적으로 적립금 유입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원할 경우 언제든 운용사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대기업 시장에 문을 계속해서 두들기는 이유다.

      각 금융회사간 차별화 전략도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이 내세우는 것은 ▲거래 기업에 대한 지배력 ▲넓은 영업망과 고객기반 ▲고객들의 안전자산 선호다. 지난해에는 세액공제 혜택 확대로 가입이 증가한 개인형IRP 시장에서 적립금 증가액의 68%를 유치하며, 전체 시장 점유율 50%대를 회복했다.

      보험사들이 내세우는 전략은 종신 상품이다. 은행과 증권사와 달리 보험사 만이 종신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웠다. 다만 최근에는 수익률과 수수료가 은행과 증권사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 증권사의 경우 높은 수익률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1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7년 평균 수익률 순위에서 1위부터 10위를 모두 증권사가 차지했다. 5년 평균 수익률 순위에서도 5곳이 증권사였다.

      앞으로 시장 변화가 이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퇴직연금 의무화, 자산운용 규제 완화 등이 각 업체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퇴직연금 의무화와 자산운용 규제완화로 은행업과 증권업은 혜택이 예상되나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보험업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