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산기지' 기치 내건 폭스콘…국내 제조기업 위협
입력 2016.06.08 07:00|수정 2016.06.08 07:00
    폭스콘, 공격적 M&A로 사세 확장
    제조 고민 던 신생 IT기업과 '시너지'
    • 애플 하청 생산업체로 잘 알려진 폭스콘(Foxconn)이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선두업체들의 기술력을 흡수하며 국내 대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조금씩 좁히고 있다.

      IT 서비스 기반 기업들과의 시너지는 더 큰 위협이다. 폭스콘이 제조를 전담하면서 신생 IT 기업들은 제품의 기획과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제조영역에서 기술 격차를 벌리고, 신흥 IT기업들의 유연한 움직임에 맞서야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폭스콘은 올해 초 약 4조원을 투입해 일본 샤프 인수에 나서며 충격을 줬다. 샤프 인수로 폭스콘은 핵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기술 및 카메라 모듈 제조 설비까지 확보해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 세계 3위권 디스플레이 업체로 성장한 이노룩스(Innolux)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5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노키아(NOKIA)의 휴대폰 제조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는 기존 애플향(向)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 다변화를 준비하는 폭스콘의 전략 변화가 반영됐다. 올해 1분기 애플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면서 폭스콘의 순이익도 지난해에 이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우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샤프를 인수할 만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단순히 애플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목적보다는, 또 다른 '애플들'과의 연합을 강화할 수 있는 글로벌 위탁 생산 기업으로 탄생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폭스콘이 제조 영역을 전담하면서 신생 IT 서비스기업들은 의사결정이 가벼워졌다. 제조 설비 투자를 병행하면서 짊어질 생산 및 재고 관리, 수율 문제 등 익숙하지 않은 제조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제조와 관련된 초기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에 빠른 수요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고 이후 대량 생산을 통해 비용을 줄여나가는 과거 일본과 한국 대기업들의 ‘수직 계열화’ 모델과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 중국의 샤오미는 대규모 자체 생산공장이 없지만 스마트폰에서 공기청정기, 가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생산하고 있다. 애플 수준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비슷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다면 충분히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지난 2014년 3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미국 TV업체 비지오(Vizio)는 직원 수가 400명에 불과하다. 절반은 콜센터 직원이다. 자체 보유한 공장도 없다. 비지오는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고객 대응에 자원을 집중했다. 생산은 폭스콘 등 대만 업체가 전담한다. 제품의 기획에서 생산 및 판매까지 총괄해 수익을 창출해 온 기존 제조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서비스에 집중해 수익을 쌓아가는 모델을 구축 중이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산업이 성숙할수록 제품 주기상 앞단에 있는 기획·연구개발(R&D)과 끝단에 있는 유통 및 마케팅에 비해 중간 단계인 제조의 부가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IT기업들은 마진이 떨어지는 제조 부분을 위탁을 통해 해결하고, 폭스콘은 제조부문의 고부가·고효율화에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분업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콘이 제조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에 성공한다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에서 확고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국내 대기업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조는 성장하는 위탁기업에 밀리고, 서비스혁신은 새로 등장하는 IT 기업에 밀리는 신세가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 연구원은 "GE·캐논·지멘스 등 기존 제조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저마다 군살을 줄이고 차별화를 찾는 노력들을 기울여왔다"며 "과거 일본 전자 기업들이 R&D에 한우물을 파다가 고객에 외면받았던 것처럼 국내기업들도 새로운 환경변화를 읽지 못하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