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되풀이…정성립호 대우조선 순항 가능한가
입력 2016.06.10 07:00|수정 2016.06.10 07:00
    꼬일대로 꼬인 대우조선·STX조선 돌려막기식 인사
    정성립 사장, STX조선 자율협약 당시 사장 역임
    "산업 구조조정 과정서 제 역할 의문" 평가
    •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정치권과 산업은행의 돌려막기식(式) 인사 악순환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요직에는 오랫동안 외부 인사를 찾기 어려웠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을 사장직·사외이사직 등에 채워 넣기 급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조선 처리 방안은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STX조선 사장 출신이자, 정부 거수기라는 평가를 받는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회사의 경영정상화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영 위기를 맞은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2013년 4월 자율협약 체제 전환 이후 2년여간 채권단으로부터 4조5000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업황악화를 견디지 못하며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갔다.

      STX조선이 자율협약을 시작할 당시 부임한 사장은 정성립 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었다.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정 사장이 대우조선의 호황기를 이끈 업계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웠다. 정 사장이 재임한 2년여간 STX조선은 영업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근본적인 유동성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정 사장 후임으로는 대한조선 사장과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지낸 이병모 사장이 왔다. 이 사장이 부임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일련의 사장 인사에서는 산은이 주채권은행인 조선사 출신들이 돌아가며 해당 조선사 사장을 맡아왔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같은 민간기업 출신들은 사장 후보군에서 배제됐다.

      문제는 산은의 인사 방식이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조선업계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 사장 출신인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을 이끌고 갈 만한 적임자인지에 대해 의문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순손실로 자본이 크게 감소하며 자본잠식률이 46%에 달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수주 성과가 없어 신규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해양플랜트 인도 취소 리스크까지 가중되고 있다.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 사례가 한 건만 더 추가돼도 대우조선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해양플랜트 한 척이 인도될 때마다 많게는 5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된다.

    • 정 사장은 2001년에도 대우조선 사장직을 맡은 바 있다. 대우조선이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시기였다. 이후 정 사장은 2006년 대우조선을 은퇴해 대우정보시스템 사장을 거쳐 2013년 STX조선해양 사장으로 영입됐다. 2015년 대우조선 사장직에 복귀할 당시에는 업계가 의아해했다. 대규모 부실 고백을 앞둔 대우조선 사장 자리에 자율협약 중인 회사 사장 출신이 오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의 영입 배경이 정치권과 산은의 대우조선 살리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선업계 설비 과잉과 대우조선의 추가부실 우려에도 지난해 대우조선의 회생이 결정된 이유는 회사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크다.

      "정치권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목적은 분명하다. 대우조선이 회생하지 못한다면 이를 책임져야 할 정부와 산은 인사들이 너무 많다. 정부 거수기 역할을 할 적당한 인물을 대우조선 사장에 앉혀놓고 책임을 또 회피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정성립 사장에 대한 한 조선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책임자들의 책임 회피로 대우조선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해지고 있다. 부실 프로젝트를 맡았던 임원이 회사로 돌아오는가 하면 조선업과 무관한 정치권 인사(조대환 법무법인 대우 고문변호사)가 또다시 사외이사로 추천되기도 했다.

      현재 조선업계는 개별 기업의 경영정상화는 물론, 산업 자체의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다. 대우조선 처리 방안을 두고 '조선 빅3'를 '조선 빅2'로 줄이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 아래에 있는 정성립 사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거수기로서 정부가 원하는 구조조정의 방향성을 그대로 수행할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