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멘트 매각 본격화…'시장 점유율 1위' 쟁탈전
입력 2016.06.16 07:10|수정 2016.06.16 07:10
    PF 대주단, 출자전환 협의 시작
    인수 성공에 따라 순위 바뀌어
    파이시티 사업으로 워크아웃
    경영권 분쟁에도 사업성 유지
    • [편집자주] 시멘트업계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한라시멘트 매각은 결과적으로 지배주주만 바뀌었지만 올 하반기 있을 현대시멘트 매각이 다시 시멘트업계 재편의 촉매가 될 전망이다. 과점 체제인 시멘트 시장의 구도상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를 수 있다. 한앤컴퍼니, 베어링PEA, 산은PE 등의 시멘트 기업 인수와 투자로 이제 시멘트업계는 가격 경쟁이 아닌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지향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인베스트조선은 현대시멘트 매각 전망을 시작으로 달라진 시멘트 시장의 여건, 5년 후 시멘트 시장 재편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시멘트 시장 1위를 가를 수 있는 현대시멘트 매각이 본격화한다. 현대시멘트와 파이시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은 출자전환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파이시티 매각으로 파이시티 사업에 연대보증을 제공한 현대시멘트에 대한 출자전환 규모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현대시멘트는 업계 6위권이지만, 7곳의 회사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시멘트업계의 특성상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1위사업자가 바뀔 수 있다.

      ◇8월 전까지 매각준비 완료

      현대시멘트의 연대보증 규모는 2640억원이다. 대주단은 이견이 있는 연대보증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출자전환하고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최대주주이자 출자회사 매각을 본격화한 산업은행은 물론, 기업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는 다른 은행들도 뜻을 같이했다. 채권단은 8월 전까지 매각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이 될 출자전환 후 채권단과 대주단의 보유 지분은 70%가량으로 예상된다. 연말까지 매각제한기간이 설정돼 있지만 합의를 통해 해제할 수 있다.

    • 시멘트 업계 6위, 점유율 10%인 현대시멘트 매각은 업계 재편의 기회다. 1위 업체인 쌍용양회가 인수할 경우 30%대 점유율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다. 아세아시멘트를 제외한 나머지 과점 업체가 인수한다면 새로운 1위가 탄생한다.

      현대시멘트의 주요 생산 시설은 충청북도 단양공장과 강원도 영월공장 등에 있다. 연산 20만톤 규모로 문을 연 단양공장은 세 차례 증설을 거치며 연산 300만톤 규모로 확장됐다. 영월공장은 1992년 건설된 후 1994년 증설됐다. 연간 4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2012년에는 충청남도 당진에 연산 120만톤 규모의 슬래그시멘트 공장을 세웠다.

      채권단 관계자는“현대시멘트는 1990년대 초반 이후 공장을 증설하지 않은 다른 시멘트 회사들에 비해 공장설비의 효율성이 높고, 보유하고 있는 석회석 광산도 50~200년간 채굴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사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안정적 수익성 매력

      현대시멘트는 1969년 현대건설의 시멘트사업부가 독립해 설립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순영 명예회장이 현대시멘트를 이끌며 성우종합건설, 성우오토모티브, 성우리조트 등을 거느린 성우그룹을 일궜다. 2000년부터는 정순영 회장의 장남 정몽선 전 현대시멘트 회장이 그룹을 이끌었다.

      2004년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복합유통 센터로 개발하는‘파이시티 사업’은 현대시멘트의 발목을 잡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행사는 투자자 유치에 실패했고, 시행사에 지급보증을 제공한 성우종합건설과 성우종합건설의 연대보증인 현대시멘트는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됐다. 결국 2010년 6월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은 기업개선절차에 들어갔다. 2014년 차등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정몽선 전 회장의 지분율은 27.64%에서 2.32%로 떨어지며 지배권을 상실했다. 지난해 정 전 회장은‘자신을 배제한 채 성우종합건설에 대규모 연대보증을 결정해 현대시멘트의 부실을 초래했다’며 전 경영진을 고발했다. 임주환 사장 등 현재 경영진을 상대로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으나, 이사회는 정몽선 회장을 해임한 바 있다. 법원도 정몽선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시멘트는 오랜 기간 채권단 관리에도 사업성을 유지했다. 채권단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014년까지였던 워크아웃 기간을 올해까지로 2년간 연장했다. 현대시멘트는 2014년을 제외하면 매년 10% 내외의 매출 증가가 이뤄졌고, 지난 3년간 영업이익률은 14%대를 유지했다.

      고정비 관리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2010년 시멘트사업부 직원은 406명이었으나, 지난해 말엔 363명으로 줄어들었다. 현대시멘트는 오랜 업력을 가진 만큼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도 20년에 달하는데, 정년퇴직이 이뤄지면서 앞으로도 추가적인 인건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하락하고, 국내 건설 경기도 활기를 띠는 등 외부 호재도 있었다. 시장 점유율은 2000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