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국제 신용등급 유지 비상…부품 계열사들 ‘이중고’
입력 2016.06.17 07:40|수정 2016.06.20 09:59
    등급전망 ‘부정적’…실적 회복에 집중
    LGD·LG이노텍 등 전망 먹구름
    단가 인하 통한 실적 개선 ‘글쎄’
    • LG전자의 국제 신용등급 유지가 LG그룹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경영 기조에도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부품 계열사들은 LG전자향(向) 제품의 단가인하(Cost Reduction) 압력에 노출되면서 LG전자의 실적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품 계열사들로서는 불투명한 사업 전망 외에도 LG전자의 신용등급 유지라는 직·간접적 부담으로 이중고(二重苦)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 내 전지 및 정보전자소재사업부 등 부품 계열사들로 구성된 ‘전자 소그룹’을 통해 내부 생산망을 구축하고 있다. 가전 및 TV에서 스마트폰, ‘신사업’ 자동차 전장에 이르기까지 협업 체제를 이뤄왔다. 동시에 각 부품 계열사는 세계 수위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LG전자 외 공급 다변화를 통한 독립 경영을 꾀하기도 했다.

      올 2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LG전자 신용등급(Baa3)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LG전자와 부품 계열사 간 경영 기조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예상이 등장했다. 무디스는 ▲ LG전자의 영업이익률 정체 ▲자회사 LG디스플레이의 적자 우려를 등급 하향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룹 우선순위가 LG전자 실적 회복에 집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 지난 1분기에 LG전자의 ‘깜짝 실적’, 그 외 계열사의 ‘어닝 쇼크’로 나타나면서 시장의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환율 및 글로벌 경기 회복세라는 대외적 요인 외에도 그룹 차원의 원가 절감 기조가 LG전자와 부품 계열사들의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내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와 LG디스플레이의 대조적인 실적이 대표적이다. HE 사업본부는 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높은 마진을 보이는 프리미엄 제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패널가격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OLED 부문에서 지난해 7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약 1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OLED TV 세계시장 점유율 96%에 달하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대형 OLED TV 패널은 대부분 LG전자로 공급되고 있다.

      한 증권사 IT·전자 연구원은 “OLED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까진 LG디스플레이가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LG전자에 최저가로 패널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에 적자가 쌓여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원가 절감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지만,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영향도 컸기 때문에 당장 비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 LG디스플레이의 희생을 통한 LG전자 이익률 회복에도 변수가 생겼다. 무디스가 ‘LG디스플레이 적자 방어’를 LG전자 신용등급 유지조건에 포함했다. 이에 다른 부품 계열사로 불똥이 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LG디스플레이는 편광판 생산을 담당하는 LG화학의 정보전자소재사업부를 포함한 OLED 소재업체들을 대상으로 단가 인하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LG화

      학 정보전자소재사업부의 예상을 벗어난 적자 전환에 통상적인 폭(3~4%)보다 더 큰 8% 이상의 단가 인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OLED 소재 업체 관

      계자도 “LG디스플레이가 다른 해보다 더 큰 규모의 단가 인하 요청을 해왔다”고 전했다.

      LG전자의 국제 신용등급 유지가 그룹 경영에 미칠 중요성은 당분간 커질 전망이다. LG전자의 국제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 마지막 단계인 ‘Baa3’이다. 국내 신용등급은 우량등급(AA)을 유지하고 있지만, 해외의 부정적인 시각이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룹 차원의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산적한 상황에서 올해도 자본시장 접촉은 활발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LG전자(6500억원)·LG디스플레이(5950억원) 각각 연내 만기도래 회사채에도 대응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연내 4조~5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다. LG전자도 5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투자 등 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원가 절감 기조의 지속 여부다. 각 부품 계열사들의 사업 전망은 부정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발(發) 공급 과잉·애플 수주 물량의 축소 가능성 등 악재들이 등장하며 수익성 확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LG이노텍은 전방사업인 스마트폰의 부진으로 신사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비교적 본업 성적이 좋은 LG화학도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부문의 실적 가시화라는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증권사 LG그룹 담당 연구원은 “LG전자의 신용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관련 부품 계열사들의 수익성 변동이 심해졌다”며 “LG전자의 실적이 잘 나오더라도 단가 인하 효과를 계속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에 그룹 계열사 전체의 저평가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