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이 이노션 지분을 매각한 3가지 이유
입력 2016.06.20 07:00|수정 2016.06.23 11:19
    ①은행PI로 투자, 올해부턴 PE에서 관리만 담당
    ②주당 5만5000원 인수, 8만원 매각…원금대비 절반 수익
    ③현대차그룹, FI 주주들에게 유통물량 확대 차원 매각 요청
    • SC제일은행이 9일 이노션 지분 135만주 매각에 성공했다.

      매각규모가 일일 평균 거래량보다 커 할인율이 7.7%(주당매각가 8만750원)로 결정됐지만 수요예측에서 3대 1을 기록해 투자수요는 넘쳤다. 주식을 받아간 투자자의 95%가 외국인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의 지분 매각은 지난 1월18일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가 풀린 이후 첫 투자 회수다.

      이번 매각은 JP모간이 단독 주관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13년에 730억원을 투자했다. 총 회수금액은 1090억원으로 투자원금 대비 50%의 수익를 거뒀다.

      다만 SC제일은행의 지분 매각은 다소 일렀다. 유로2016, 리우데자네이로 하계올림픽 등 스포트 이벤트에 따른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시점이었고, 주가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상황에서 좀 더 여유를 가질 수도 있었다.

      SC제일은행이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IB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SC의 이노션에 대한 최초 투자는 PE가 아닌 은행의 PI 부서에서 했다. 이 부서는 지난해말 구조조정과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올해부턴 SC PE가 이노션 주식을 관리해왔다. PE 입장에선 관리 책임만 있을 뿐 투자 회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주식이 아니다. 적정한 시점에 매각하는 게 PE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다.

      두번째는 은행이 PI로 투자했기에 PE처럼 높은 기대수익을 원하진 않는다. 주당 5만5000원에 인수해 8만원 초반에 매각할 수 있다면 성공한 투자다. 내부수익률 기준 20%대 중반 정도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그룹의 뜻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노션 주식의 하루 거래량은 4만~6만주로, 금액으론 40억원에서 55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시가총액이 1조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거래 유동성이 말랐다. 이 때문에 이노션에 투자하고 싶지만 거래 유동성이 충분치 못해 주식을 살 수 없다는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주식을 더 발행할 수도 없고, 정성이 고문이나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지분을 팔 수도 없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FI들이 가진 주식을 시장에 내놓게 하는 것 말곤 대안이 없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FI들에게 우회적으로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건스탠리PE는 기본 투자기간이 10년이고, 스틱인베스트먼트 역시 PEF로 투자했기에 최소한 3~5년은 투자하기에 매각에 부정적이었다.

      반면 SC제일은행은 은행이 한 투자로 이미 충분한 투자 수익을 확보한 이상 현대차그룹의 뜻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C그룹이 국내에서 계속 영업을 하는 한 현대차그룹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편이 훨씬 더 이롭다"며 "조기 지분 매각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노션 주식은 블록딜 영향으로 전일 대비 5.14% 하락한 8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C제일은행의 지분 매각으로 주가가 고점을 찍은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오버행(Over Hang) 소멸과 유통 물량 확대, 향후 실적 증가 등을 감안했을 때 하락보다는 상승 쪽으로 방향을 볼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블록딜 규모가 크긴 하지만 3대 1의 경쟁률로 소화된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모건스탠리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월이면 우리사주조합이 확보한 지분 5% 역시 보호예수가 풀린다는 점이 수급 측면에서 변수이나 임직원들이 당장 시세차익을 보기 위한 매도 가능성도 낮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