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유탄에 롯데그룹 채권발행 막혀
입력 2016.06.20 07:00|수정 2016.06.21 09:24
    물산·건설·칠성음료 회사채 발행 추진 중단
    현금성 자산 적은 비주력계열사, 재무상황 악화 우려
    현 상황 수습국면에 들어가야 재추진 가능 전망
    •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주력 계열사의 사업이 중단되고 주요 상장사의 주가만 하락한 것이 아니다. 차환발행을 준비하던 계열사들의 자금조달 계획도 전면 중단됐다.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로 그룹 경영 투명성이 강화하면 그 기회를 활용해 채권발행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롯데그룹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소강국면에 들어설 때까지 롯데 계열사의 공모채 발행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의 부실경영 의혹이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어서다. 주가와 같은 투자 지표가 없는 회사채 시장은 투자 심리가 발행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 좌표다.

      연초 채권시장에서는 롯데의 활발한 자금조달 움직임이 기대됐다. 올해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작업과 화학부문 투자 확대 등 굵직한 현안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란 돌발변수는 분위기를 뒤바꿨다. 롯데 계열사들이 추진하던 차환발행 작업이 일제히 중단됐다.

      롯데물산·롯데건설·롯데칠성음료는 하반기에 만기도래하는 채권 또는 기업어음(CP)을 상환하기 위해 1000억~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준비 중이었다. 이들 기업은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롯데 계열사 명단에 모두 포함돼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의 정상적인 공모채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채 발행을 계획했던 계열사에 연락조차 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발행과 관련해 추진하던 모든 사항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롯데물산·롯데건설은 그동안 고금리 CP·사모사채 발행에 의존해 왔다. 롯데월드타워 건설이 주요 사업인 롯데물산은 지난해 사모채를 수차례 발행했다. AA급의 신용등급에도 롯데월드타워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공모채 시장에 등장하기가 쉽지 않았다. 롯데건설은 오랜 업황침체로 채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지 오래다.

      이들은 호텔롯데 IPO의 반사이익을 통해 공모채를 발행, 지금의 자금조달 기조에 변화를 줄 복안이었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31.1%), 롯데건설(43.1%), 롯데칠성음료(5.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채권발행 시기도 호텔롯데 상장 예정시기였던 6월말 전후로 계획하고 있었다.

      최근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이 마무리 중이었던 롯데렌탈도 하반기 만기도래 회사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됐다. 회사는 롯데로 인수된 지 1년 만에 모그룹의 검찰 수사란 대형 돌발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해당 기업들은 차환발행 길이 막히며 자체 상환에 나설 전망이다. 몇몇 기업은 보유 현금이 충분치 않아 재무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에 대한 수사 국면이 소강상태에 들어가야 채권발행을 조심스레 재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수사 사태는 롯데 계열사들의 향후 신용등급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할 시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