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운용 미숙함 드러낸 카카오, IT 장기투자 분위기에 '찬 물'
입력 2016.06.23 07:00|수정 2016.06.24 15:17
    카카오, 전례없는 회사채 조기상환…시장 참가자들 '당혹'
    IT업체 자금운용에 대한 '불확실성' 확산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아온 IT업계, 투자흐름 악화 우려
    • 투자자들의 ‘환대’를 받으며 회사채 시장에 등장한 카카오가 자금 운용에 미숙한 모습을 드러냈다. 재무구조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이유로 발행이 채 한 달 남짓 지난 공모 회사채를 되사들였다.

      그동안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보여 온 기관투자가들은 '중후장대' 산업의 하향 추세가 이어지자 카카오 같은 IT 기업의 성장성에 베팅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자금 조달 창구를 마련하고 있던 IT업계는 투자 흐름이 꺾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올해 3월과 4월 발행한 총 5200억원 규모 채권을 대상으로 조기상환(바이백)을 완료했다. 카카오는 1000억원 상환을 목표했지만, 차익 목적의 수요가 몰려 총 2000억원의 채권이 회수됐다.

      옵션이 부여된 채권이 아닌, 일반 공모 회사채에 대한 조기상환은 전례가 없다. 카카오는 “발행에 성공한 전환사채(CB)나 교환사채(EB)처럼 0%에 가깝게 조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3년·5년에 걸쳐 이자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조기 상환 배경을 두고 시장에서는 말들이 많다. 회사 입장에 대해 시장에 잡음을 일으키면서까지 조기상환하는 명분이 없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카카오는 지난해 로엔 인수 과정에서 빌린 단기차입금(브릿지론) 8000억원을 회사채와 사모사채·CB·해외 EB 발행 등을 활용해 평균 0.83% 수준의 금리로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내·외부적으로 성공한 조달이라는 평가를 많았다.

    • 카카오가 신용등급 하향 우려에 ‘백기’를 들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카카오는 외부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조달방식'을 통해 브릿지론을 상환하겠다고 밝혀왔다. 결과적으로 회사채 등 장기차입 비중이 대부분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자금조달 계획의 변경으로 브릿지론 전액이 외부 장기성 차입조달로 이뤄지면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가 금리 조건 등 차입의 ‘질’이 아닌 ‘규모’에 과도하게 엄격한 입장을 보였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사회 의결까지 거쳐 내린 판단을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뒤집을 만큼 카카오의 자금운용은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카카오가 공모채를 발행한다는 것이 시장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이다.

      이번 조기상환 건이 카카오에 국한된 얘기이긴 하지만 IT업계 전반에 대한 보수적인 기관투자자들의 시각이 더 강화하는 것 아닐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카카오의 회사채 발행 흥행은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전통적인 제조 산업은 기존 설비투자 및 증설 등 자금 운용이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렇다보니 무형 자산 투자가 대부분인 IT기업의 자금 운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최근 몇년간 한국 산업의 주축이었던 '중후장대' 산업이 하향 기조로 돌아서자 투자자들도 IT, 바이오 등 신수종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로엔 인수, O2O(온·오프라인 연계) 등 신사업 투자 목적으로 채권시장을 찾은 카카오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IT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가 될 가능성이 열렸다. 네이버, 카카오에 이어 NC소프트까지 작년 연말부터 회사채 발행을 하고 있는 IT 기업들은 모두 ‘오버부킹’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카카오의 공모채 조기 상환은 IT 기업들이 향후 3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온다. 거기에 최근 김정주 넥슨 대표가 부적절한 지분거래에 연루되며 IT업계의 자금운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