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CJ헬로비전 M&A…무산되면 더 누가 아플까
입력 2016.06.24 07:00|수정 2016.06.28 09:24
    거래 무산시 SK 큰 피해 없지만 CJ는 피해 불가피
    "이재현 회장 공백 보여주는 사례" 평가도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매각 작업이 7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심사 결과에 따라 딜(Deal)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인수 주체인 SK텔레콤, 매각 주체인 CJ오쇼핑의 간의 온도 차가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지난 12월1일 공정위·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등에 CJ헬로비전 M&A 승인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법정기한(120일)을 넘긴 현재까지 공정위가 심사결과를 내놓지 않으면서 업계에선 여러 설(說)들만 무성한 상태다. 기업 당사자들은 공정위의 심사결과만 바라보고 있다. 대체로 시장에선 "조건부 승인이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딜 자체가 무산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하지만 심사결과에 따라 두 그룹이 처하게 될 상황에는 미묘한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공정위에서 심사중인 CJ헬로비전 관련 쟁점사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지분취득 자체에 대한 심사(최대주주 변경의 건), 두번째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에 관한 심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가지 사안을 동시에 심사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서 "현재 진행상황이나 향후 일정 등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지분 취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CJ오쇼핑과의 거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거래 자체가 무산되더라도 SK텔레콤이 직접적으로 입는 피해는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매각 대금이 CJ오쇼핑에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래가 무산되더라도 사실상 SK텔레콤이 실질적으로 입는 피해는 없는 셈"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선방송 사업체를 통한 시너지 창출·CJ그룹과의 장기적 협력강화 등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각무산으로 인해 CJ오쇼핑, 더 나아가 CJ그룹이 받을 간접적 타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CJ오쇼핑은 CJ헬로비전 지분 매각대금(5000억원)을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 인수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해당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CJ오소핑은 다른 조달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매각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CJ헬로비전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매각 논의 이후 변화된 노사관계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SK텔레콤에 CJ헬로비전의 내부정보가 유출된 점도 보이지 않는 피해로 꼽힌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수준의 판단만 내리더라도 두 업체가 입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로 많다.

      시장에선 딜이 무산된다면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의 경영공백을 보여주는 또다른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J그룹은 그간 APL로지스틱스·코웨이 인수에 나섰지만 실패한 바 있다. 일각에선 "나서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보니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겠냐"는, 그룹 내부에선 "그룹 총수가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다면 매각이 이렇게 장기화했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