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매각' 군불 지피는 정부…시장은 '간보기'로 판단
입력 2016.06.27 07:00|수정 2016.06.28 09:22
    금융위원장·공자위원장 잇딴 매각 관련 발언
    매각방침 발표 후 1년이나 지나…다섯번째 실패는 부담
    잠재 매수자 확보 '가능성 낮다'…매각 당위성에 초점
    매각 공론화 후 반응 따라 공고 여부 갈릴 듯
    • 정부가 우리은행 매각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렸다.

      우리은행 매각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네 차례나 실패했고, 이후 4~7%씩 지분을 쪼개 파는 과점 주주 매각방식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작년 7월 매각방식만 재확인한 후잠잠하다가 최근 일주일새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우리은행 매각을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외부 행사때마다 기자들과 만나 매각 추진의지를 밝혔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도 "우리은행 지분매각은 8~9월 경 공고를 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고 현재는 시장 수요조사(태핑)가 시작된 단계"라고 밝히기도 했다.

      잠재 매수자를 물색해왔던 공자위와 예금보험공사 실무진들은 최근 공자위 회의에 매각 관련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하반기 매각 공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중동 펀드'같은 인수 의향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정부가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유력한 인수 후보자가 나타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라며 "매각 대상·매각 지분·매각 일정 중 결정된 건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 한동안 잠잠하던 매각 논의가 활발해진 것을 놓고 금융시장은 '시장 반응 떠보기'로 이해하고 있다. 초점은 지금 매각을 다시 추진하는 이유에 맞춰져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소수 주주 과점 매각이라는 매각방침을 발표했다. 당시 매각 시기를 확정하지 않았고, 실제 매각 착수는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중간에 중동 국부펀드와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금융권 안팎에서 '정부가 우리은행을 매각할 의지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에 충분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벌써 네 번이나 매각에 실패한 우리은행 매각을 다시 밀어붙였다가 다섯번째로 실패하면 이후 더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은행 주가가 1만원대로 올라선 지금이 시장 반응을 체크하기에 가장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자위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매각이 가능한 적정 가격 '밴드' 안에 들었다는 공감대가 생겼으니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또 그간 우리은행의 발목을 잡아온 '정부의 경영 간섭' 이슈도 많이 완화됐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관련 여신을 정상 등급에서 요주의 등급으로 강등하고 일부 조선사 구조조정에서는 아예 발을 뺐다. 이런 움직임은 '정부 측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있다. 생존을 위한 수익확보와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인식됐다는 의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은행은 여신 관련 리스크 심사가 매우 엄정해지며 일선 지점장들이 반발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활발한 해외 IR활동도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의 대외활동은 자신의 향후 진로를 의식해 취임일성으로 앞세운 '임기내 민영화' 를 달성시키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공자위·예보와는 별개로 잇딴 해외 설명회(IR)를 개최한 것인데 이런 활동이 사전 분위기를 조성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알려진 것처럼 정말 7~8월 사이 매각 공고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이슈는 공고가 나왔을 경우 제대로 된 인수후보들이 등장할 것이냐 여부다. 투자자를 일정부분 확보하고 사전 교감을 거쳐야 하지만 아직 이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을 거란 관측이 많다.

      행여 이번 시도가 또다시 실패로 돌아간다면 '보여주기식 매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현재 정부 성향상 책임질 일은 최대한 피하려 들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 담당 연구원은 "금융위원장 등 책임자급이 매각 여건을 언급하며 공론화를 시킨 건 투자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며 "분위기를 띄운 후에도 잠재 매수자가 마땅하지 않으면 해외 불확실성을 핑계로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