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금호타이어 인수해도 1년간 지분 못판다
입력 2016.06.29 07:00|수정 2016.06.30 14:21
    우선매수권은 박삼구 회장 부자만 행사 가능 결론
    우선매수권 남용 우려해 1년간 매각제한 기간도 설정
    “박삼구 회장 개인 신용으로 대규모 장기자금 조달해야”
    높은 예상가와 금호타이어 매각 급한 채권단 입장 변수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더라도 1년 간은 지분을 재매각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의 경우 박삼구 회장 부자를 제외한 제3자가 행사할 수 없는터라 이들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신용만으로 막대한 자금을 1년 이상 융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는 국내외 잠재 인수후보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 회사와 중국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드러냈고, 주요 사모펀드(PEF)에도 안내문이 발송됐다. 채권단은 이르면 다음달 초 매각타당성 검토 결과를 토대로 매각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우선매수권 행사해도 1년간 매각제한…일시적 차입이나 제3자 매각 어려워

      채권단은 이에 앞서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이 가지고 있는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무리 했다. 경영정상화에 기여한 공을 감안해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박삼구 회장 부자만 행사할 수 있는 '일신전속권'(一身專屬權)임을 명확히 했다.

      다른 인수자가 전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제3자도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박삼구 회장 부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해도 인수 후 1년간의 매각제한기간(락업)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박 회장 측이 단기차입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후 지분을 우군이나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겨 차입금을 해결하는 형태의 인수는 선택하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우선매수권 행사 후 매각제한을 두는 경우는 보편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채권단은 실질적인 공로가 없었던 초기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면서 굳이 행사범위를 넓힐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채권단은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을 활용하고 사모펀드 H&Q가 참여해 쌍용건설을 인수하려던 사례와 유사하게 우선매수권이 제3자 인수를 위한 통로가 되거나 권리자의 수익창출 도구가 될 가능성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이 일신전속권이고 1년간의 매각제한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삼구 회장 부자는 사실상 개인 신용만으로 1년 이상 쓸 수 있는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 담보로 묶이고 합병도 제동…높은 가격에 촉박한 시간도 부담

      박삼구 회장 부자의 자산은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금호기업 지분이 전부인데 모두 차입금 담보로 제공돼 있다. IB 업계에선 박삼구 회장이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거의 모든 자금 여력을 소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기업이 지난해 인수한 금호산업 지분 전량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인수자금의 담보로 들어가 있다. 금호기업은 4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금호터미널을 인수했는데, 이 인수자금 역시 모두 차입했다. 금호기업의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금호터미널이 금호기업을 흡수합병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호석유화학은 반대의사를 밝혔다.

      채권단이 매각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지분 42%은 시가만 6500억원 이상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매각 흥행 가능성을 감안하면 인수가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검토 중인 PEF 관계자는 “인수가격이 1조원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다 쳐도 박삼구 회장은 수 천억원의 외부 자금이 필요하다.

      채권단 내부에선 금호타이어를 연내 반드시 매각하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적인 구조조정 추진 흐름 속에서 팔 수 있는 자산은 빨리 팔겠다는 것이다. 우량 자산인 금호타이어를 매각해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고, 건전성 관리도 해야 한다. 매각을 지연할수록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단의 발언권은 옅어지고, 박삼구 회장에 대한 특혜 논란만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