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 물꼬 튼 IT·바이오, 안착까지는 과제 ‘산적’
입력 2016.07.06 07:00|수정 2016.07.06 07:00
    [2016년 상반기 DCM 리그테이블]
    구조조정 국면 시작되며 신수종 산업 투자자 관심↑
    상반기 발행 나선 IT·바이오 4개사 모두 '오버부킹'
    카카오 회사채 '바이백' 등 미숙한 자금운용 드러내기도
    • 기존 산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이 시작되면서 신수종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형자산에 대한 보수적 시각으로 투자를 기피해오던 기관투자자들도 달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IT·바이오 기업들의 회사채 수요예측은 모두 오버부킹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자금 운용에 미숙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키우기도 했다. IT·바이오 기업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한 것은 맞지만 시장 안착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올해 상반기에 회사채 발행에 나선 엔씨소프트와 카카오, 대웅제약과 녹십자는 모두 수요예측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당초 목표액을 훨씬 뛰어넘는 응찰액이 몰려 엔씨소프트·카카오·녹십자는 각각 500억원씩 증액 발행했다.

    • 기존 사업 확대 및 신사업 진출을 꾀한 기업들은 채권시장을 통해 중·장기적 자금조달이 가능해졌다. 카카오는 채권 발행을 통해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자금 확보를 마무리했고,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 및 마케팅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전액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했다. 제약사들은 확보한 자금을 신규 공장 및 설비 투자로 사용한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이후 새 먹거리 발굴 고민에 빠졌던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수익성이 유지되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AA'급 기업을 중심으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의 대규모 수출 성과 이후 일부 신용평가사들이 제약사에 대한 AA등급 부여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점진적인 시각 변화도 드러나고 있다.

      신수종 산업 내 기업들이 채권시장에 새로운 축을 담당하기까지 한계는 분명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소프트웨어 및 연구·개발(R&D) 역량 등 보유한 무형자산이 기반이 되는 업종 특성상 투자자들의 신뢰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IT산업은 이용자들의 트렌드 변화와 업황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크다. 제약업은 신약 개발까지 대규모 투자비가 집행되지만, 개발 성공 여부 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장기 투자자들의 보수적 시각을 해소하기까진 꾸준한 성공 사례 축적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재무적·사업적 미숙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발행한 3년 및 5년물 회사채에 대한 바이백(조기상환)에 나섰다. 증액발행까지 나선 회사채에 대한 유례없는 바이백 결정에 시장에선 "자금조달에 실패했음을 스스로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신약 개발 및 투자보단 국내 영업력으로 규모를 키워온 제약사들의 '경험 부재'도 사업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지금처럼 절대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꾸준한 현금흐름을 보이는 IT·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주력사업의 짧은 수명주기·변동성이 큰 산업 특성 상 제조업에 비해 보수적 평가를 피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선 신뢰를 쌓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