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로 자금 조달한 한화건설, '그룹 직접 지원' 카드만 남았다
입력 2016.07.11 07:00|수정 2016.07.14 12:02
    보유 현금 고갈·사업 전망 '불투명'
    자산매각·생명지분 활용 한계 봉착
    유상증자 등 그룹 직접 지원 가능성↑
    ㈜한화 직접 참여 여부 '관건'
    • 한화건설의 자금 조달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금융권의 여신관리 '유탄'에 예기치 않던 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향후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다.

      비주력 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등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을 활용해 급한 불을 꺼왔지만, 남은 활용 방안은 많지 않다. 결국 마지막 카드인 그룹 차원의 직접 지원만 남아있는 셈이다.

      ◇ '곳간 빈' 한화건설, 자산매각·한화생명 지분 활용 자금조달 한계

      조선·해운 발(發) 구조조정 여파로 금융권이 보수적인 여신 관리에 나서면서 그 여파가 건설업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채권은행은 한화건설에 1000억~15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일부 조기 상환을 요구해 왔다. 한화건설 입장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자금 지출이다. 빠듯한 자금 운용 계획을 세워 온 한화건설엔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한화건설의 차입금은 1조3900억원에 달한다.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분기 기준 3458억원 정도다. 오는 8월엔 2500억원 규모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 한화건설의 신용등급(BBB+)을 고려하면 회사채 시장에서 차환 발행은 쉽지 않다. 회사채 현금 상환과 차입금 조기 상환을 고려하면 보유 현금을 소진할 수밖에 없어 추가 자금 조달이 시급해졌다.

      한화건설은 유사시 보유한 비주력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보유한 미국 투자법인 HADI(Hanwha America Development Inc)와 화성바이오밸리의 일부 지분, 환경연구소 등 부동산을 포함해 약 2000억원 규모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자산은 그룹 내 계열사로의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유입된 대금 등을 통해 올해까지의 자금 소요엔 대응을 마쳤다"라며 "비주력 자산의 매각 및 유동화 등을 검토해 올해 이후 자금 확보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이 자체적인 유동성 확보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전가의 보도’로 사용된 한화생명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도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다.

      한화건설은 보유한 한화생명(28.75%) 지분을 활용해 유사시 자금을 마련해 왔지만 보유 지분 대부분이 금융권 담보로 제공돼 추가 자금조달 여력이 줄었다. EB 발행도 저조한 투자자들의 참여로 대부분의 물량을 증권사가 떠안는 등 흥행에 실패했다. 단기간 내 재발행 가능성도 희박하다. 일각에선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의 직접 매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지만 현실성이 크지 않다. 현재 주가가 장부가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처분 손실’로 분류돼 오히려 자본 여력이 손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의치 않은 조달안·추가 손실 가능성…무게 실리는 '그룹 지원' 

      남은 조달 방안이 여의치 않다보니 결국 계열사를 통한 증자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향후 예상치 못한 추가 손실이 발생하고, 자산 매각이 지연될 경우 그룹 차원의 직접적인 자금 조달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화건설은 6월 중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 현장에서의 대금 확보가 예정돼 있다. 올해 총 6000억원 규모의 자금 회수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의 재정난 심화로 현금흐름에 먹구름이 꼈다. 사우디 마라픽(Marafiq)과 얀부(Yanbu) 등 계속 손실이 발생한 해외 플랜트 사업장도 상반기 중 최종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건설사가 지연됐던 해외 사업장에서 완공 시점에 대규모 손실을 인식해왔던 점도 불안 요소다.

      ㈜한화·한화케미칼·한화건설 3개사는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복합금융을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향후 외부로부터 자금 수혈의 폭이 보다 확대됐다.

    • 다만 그룹 총수일가의 보유 지분율이 높은 ㈜한화가 직접 한화건설 증자에 참여해 부담을 질 가능성을 두고선 의견이 갈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동안 한화건설의 자금조달 제1원칙은 ㈜한화로의 부담 전이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라며 "현금 여력이 있는 다른 계열사들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유상증자보다 비교적 안정적인 EB가 흥행에 실패한 점을 고려하면 한화건설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와 총수일가의 참여가 배제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할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