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의 '묘수' vs 불가피한 선택 vs 배당빼가기 목적 해석 분분
보험업계, 결국은 '독'이 될 것..한목소리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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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지 9개월째 접어든 동양생명이 빠르게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자본확충 필요성에 대비해 내실 다지기에 나서는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보험업계는 동양생명의 이런 덩치 키우기가 어떤 의도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과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작년 9월 1조1000억원에 경영권이 매각될 당시 동양생명의 자산규모는 약 22조원. 생보사들 가운데는 흥국생명에 이어 9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6개월만에 자산규모를 2조원 이상 불리면서 총 24조1400억원을 보유하게 됐다. 업계 순위도 엎치락뒤치락하던 흥국생명을 제치고 8위자리에 안착했다.
이러던 동양생명은 올 1분기에만 무려 2조원 가까이 자산을 늘려 자산규모 24조1400억원을 기록했다. 자산규모 업계 순위도 흥국생명을 제치고 8위에 올라섰다.
수입보험료 증가세가 특히 눈에 띨 정도였다. 올 1분기 수입보험료가 전년동기대비 무려 110%나 성장한 2조338억원을 기록했다. 수입보험료 기준으로는 작년말 9위에서 그쳤던 동양생명이 올해에는 5위까지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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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가 늘어나면서 1분기 이익도 급증했다. 1분기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 810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수준에 달했는데 이는 연간 순익 목표치인 1582억원의 50%를 달성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의 추정치와 컨센서스를 각각 57.1%, 57.4% 상회하는 우수한 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가파른 성장세의 바탕에는 '양로보험' (생존보험의 저축기능과 사망보험의 보장기능을 겸비한 절충형보험) 일시납 상품이 자리잡고 있었다.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으로 주인이 바뀐 이후 업계 평균보다 높은 최저보증이율(2.85%)을 기반으로 한 양로보험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1분기에만 9500억원 규모의 판매고를 올리며 수입보험료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일시납 상품이다보니 고스란히 그대로 1분기 수익성 확대를 불러왔다.
양로보험을 포함, 동양생명의 1분기 저축성 보험 판매는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보험료의 7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최근 3년 간의 저축성 보험 판매액이 2조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단시일에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 셈이다. 자연히 수입보험료(일반계정 기준)에서 차지하는 저축성 보험 비중도 지난해 1분기 대비 17%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한마디로 말해 1분기 동안 동양생명은 일시납 저축성 보험을 조단위 넘게 팔아치우면서 자산규모-보험료수입-분기 수익을 단기간에 끌어오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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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업계 1위 삼성생명은 같은기간 저축성 보험 비중이 8%포인트 가량 줄었다. 삼성 등 빅3 생보사 뿐만 아니라 국내 보험사 대부분은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저축성 보험이 아닌, 보장성 보험 중심의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결국 동양생명만 다른 생보사들과 달리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연히 보험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이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여러가지 해석도 제기된다.
당장 거론되는 얘기가 안방보험이 자산운용에 대해 어떤 '묘수'를 갖고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즉 대주주인 안방보험이 중국을 비롯해 해외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보증이율 상품을 내놓아도 감당할 자산운용 전략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제 양로보험 판매액은 3.3% 수준의 해외채권과 매칭되어 있어 단기적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동양생명도 이에 대해 금리 부담은 감내할 수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투자를 통해 자산과 부채를 매칭하고는 있으나 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한 보험사 자산운용 본부장은 “환 헤지 비용 등을 감안했을 때 3% 이상의 수익이 나는 해외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했지만 한국시장에서 안착을 위해서는 덩치 키우기 말고는 별다른 전략이 없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인수 후 성과를 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높은 이율의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서는 것.
동양생명의 등록설계사수가 삼성생명(3만2473명), 한화생명(2만1151명), 교보생명(1만8365명)에 크게 못 미치는 3000명 수준이란 점도 저축성 보험 판매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거론됐다.
배당 확대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34%였던 동양생명의 배당성향이 안방보험이 인수한 2015년 40%로 높아졌다. 지난해 빅3 생보사인 삼성생명(27.5%), 한화생명(25.5%). 교보생명(16.9%)의 배당성향보다 10~25%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의 단기 이익을 활용하고자 이런 전략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미도 된다.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동양생명의 확장세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분기 수익만 좋았을 뿐, 이런 저축성 보험 판매는 향후 동양생명의 수익성에 ‘독’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현행 회계제도 하에서는 저축성 보험은 판매시점에 수익으로 인식되지만, 2020년 도입될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4 2단계 하에서는 부채로만 인식된다. 결국 부채만 늘어 자본확충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경쟁사 보다 높은 배당성향은 또 다른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이 건전성 강화를 위해 보험사들에 배당 확대 자제를 요구하고 있고 관련 법제화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도 동양생명의 높은 배당성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정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타사 대비 높은 배당성향은 대주주의 지원의지 측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시장에 이런 우려에 대해 동양생명은 “배당확대는 지속적으로 추진한 부분으로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라며 “자산운용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안방보험과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동양생명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하며 양사간 합병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40조원 규모의 보험사로 재 탄생한다. 농협생명 다음으로 자산규모 순위국내 5위 보험사다.
동양생명 관계자는“알리안츠생명의 대주주 적격 승인도 안 난 상황에서 합병 여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승인이후에 합병 등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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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06일 16:3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