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4000억 CP, 투자자 기망·과도보증 '논란'
입력 2016.07.19 07:00|수정 2016.07.19 16:13
    2013년 9월 CP 4000억 장기 CP 발행
    허위 재무제표 증권신고서에 게재
    투자자 기망 논란 불가피
    '소난골' 인도 지연…CP 상환계획 꼬여
    산은·수은·무보 인도대금 보증 지원 논의 중
    •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9월 갚아야 하는 40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놓고 발행 과정과 상환 방안에 대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상환여부와 별도로, CP를 발행할 당시 허위 재무제표를 내놓고 투자자들을 모집한 점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조단위 분식회계 논란이 일고 있는 회사에 국책은행까지 나서 또 한번의 막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3년 전 CP 발행 당시…허위 재무제표로 투자자 모집

      대우조선이 오는 9월9일 만기를 맞는 CP는 2013년 9월에 발행된 3년 만기 장기 CP다.  금융감독원은 그 이전인 2013년 5월부터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 를 발행할 때는 공모 회사채처럼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발행하도록 규정해왔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도 당시의 구체적인 재무제표·사업내용을 주관 증권사와 신용평가사 등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증권신고서로 인해 대우조선은 '허위 재무제표 제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당시 증권신고서를 통해 2013년 반기 연결기준으로 19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해당 CP에 'A1'이란 우량의 신용등급을 부여했고 증권사들은 이 등급을 기반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지난 4월 '회계 추정 오류'를 근거로 2013년 회계연도의 재무제표를 정정 공시했다. 투자자들에게 4242억원이라고 알린 2013년의 영업이익을 7898억원의 영업손실로 수정했다. 이후 대우조선은 5조원대 이상의 회계장부를 조작한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환만 하게 되면 CP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은 작다"라면서도 "하지만 만에 하나 라도상환을 못하고 손실로 이어진다면 당시 회계자료를 제출한 기업, 감사한 회계법인 그리고 부실실사를 진행한 증권사와 신용등급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신용평가사까지 줄줄이 책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혹여 손실문제가 불거지게 되면 대우조선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소송도 예상된다.

      이번 CP에 투자한 이들 상당수는 기관투자가들이다.  이들로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우조선 CP 손실에 대해 '투자판단에 책임이 없다'는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소송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기관이 잘못해서 투자손실이 난 것이 아니라, 허위공시로 인해  손실이 났다는 공증이 필요하다.

      이번 CP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액면분할을 통해 장내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와 달리 CP는 액면분할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소액으로 거래하는 개인투자자들이 해당 CP에 투자했을 가능성은 낮다. 또 증권사·은행이 매입한 CP를 신탁자산으로 편입해 개인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CP는 어느 계좌로 흘러들어갔는지 추적도 어렵다. 당시 CP 등급 (A1)은 기관이 투자할 수 있는 등급으로, 개인들이 바로 매수하기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소수의 개인투자자들이라고 해도 상환이 어려워지면 소송을 제기할 여지가 높다.  마치 동양그룹 CP사태처럼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뒷북평가 논란 등이 또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단 CP뿐만 아니다. 작년 3월에 발행된 대우조선의 3500억원 규모 공모채도 같은 논란에 다시 휩싸일 수 있다.

      이 채권은 증권사들이 단위 신협과 농협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관련 증권신고서에는  역시 대우조선이 산업은행의 관리대상 계열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이 누락됐다. 증권사들의 부실 실사와 발행사의 채권발행 조항 위반 등의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있다.

      이 논란에 대해 금융당국은 아직도 특별한 조치나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 분식회계 논란 회사 CP상환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이 '보증' 지원?

      4000억원 CP의 상환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의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대금 납입이 지연되면서 상환 여부를 둘러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은 지난해 연말 대우조선해양에 10억 달러(한화 1조630억여원)을 지급하고 드릴쉽 2척을 인도받을 예정이었다.  이 자금은 SC은행을 중심으로 한 대주단에서 빌릴 계획이었고 대주단이 보증을 요구하자 6억2000만달러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나머지 3억8000만달러는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가 보증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가 보증에서 발을 빼면서 대주단은 소난골에 새 보증을 요구했고, 급기야 소난골 회장이 한국을 방문, 무보와 해법을 논의했다.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가 발을 뺀 것은 그만큼 이 드릴쉽 프로젝트의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 4000억원대의 CP를 막지 못할 경우 벌어질 최악의 상황을 우려, 현재 시장에서는 이 CP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CP는 회사채와 달리 만기 연장이 안되고, 상환이 안될 경우 당좌계좌 거래가 정리되면서 대우조선 부도 사태가 발생한다. 동시에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소송문제도 뒤따르게 된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은뿐 아니라 수출입은행, 이미 보증을 약속한 무보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소난골 프로젝트 살리기에 대대적으로 총동원되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는 해도, 이미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한 상황에서 국책은행들이 전부 나서 추가보증을 논의하는 것이 타당한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형적인 '대마불사'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대우조선의 CP 상환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이 나서서 보증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CP에 대해 대우조선은 “소난골 프로젝트로부터 현금 유입이 지연될 시 내달 미주지역으로의 드릴쉽(시추선) 2척 인도대금(2000억)과 사옥 매각대금(1800억원)을 활용해 CP를 상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