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금호생명 때보다 못한 경쟁력에 '회의론' 팽배
입력 2016.07.20 07:00|수정 2016.07.22 09:39
    전신인 금호생명보다 시장점유율 하락
    저축성보험 중심의 구조·높은 최저보증이율…매각에 걸림돌
    알리안츠생명 전철 밟을까 우려
    • KDB생명보험의 매각이 재개됐지만 매각 성사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다. 경영상황을 비롯, 보험업을 둘러싼 환경 전반이 더욱 악화됐고, 회사 경쟁력 면에선 전신인 금호생명 시절보다도 더 떨어졌다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최근 KDB생명 매각 주관사로 크레딧스위스를 선정하고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각대상은 KDB칸서스밸류 사모투자전문회사(PEF)와 KDB칸서스밸류 유한회사(SPC)가 보유한 KDB생명 지분 85.05%전량이다.

      산업은행은 사모펀드 만기를 앞둔 2014년 두 차례나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2015년 2월까지였던 펀드 만기는 내년 2월까지 2년간 연기됐다.

    • ◇ KDB생명, 금호생명만 못한 경쟁력...이차역마진 우려도

      KDB생명은 전신인 '금호생명' 시절만 해도 성장하는 보험사였다. 방카슈랑스 채널은 외국계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홈쇼핑 채널은 생명보험시장 전체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양 채널에서의 강점은 시장점유율 증가로 나타났다. 수입보험료 기준 2006년 2% 중반대에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금호생명은 이후 매년 점유율이 상승했다. 매각에 나선 2008년에는 시장점유율 3.5%에 달해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보험상품 구조 개선도 꾸준히 이뤄졌다. 이차 역마진 우려가 있는 예정이자율 6% 이상인 금리확정형상품 비중이 2005년 65.1%에서 2008년에는 36.4% 수준까지 떨어졌다.

      산업은행이 인수한 2010년 이후 금호생명의 강점은 사라지고, 그저 그런 중소형 보험사로 전락했다. 시장점유율은 2011년 이후 2.7% 수준에 머물렀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저축성 보험 중심에서 보장성 보험으로 판매전략이 바뀜에도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 2013년 1182억원 규모였던 저축성보험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1600억원, 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저축성보험을 625억원 팔아 지난해 471억원 보다 150억원 늘었다. 업계 전체적으로 IFRS4 2단계 도입에 맞춰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수립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 중심의 판매전략을 지속하다 보니 방카슈랑스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58%수준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라며 “보장성 보험 판매를 위해 설계사와 대리점 채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상품을 팔면서 제시한 최저보증이율은 회사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오히려 과거 금호생명 시절부터 안고 있던 6%이상 금리확정형 상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비중이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보험부채 중에서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도 2008년 말 36%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9.6%로 하락했다.

      그 대신 KDB생명 출범 이후 판매한 높은 최저보증이율의 금리연동형 상품이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됐다. 올해 1분기 기준 2.5% 이상 최저보증이율이 부가된 적립금 비중은 93.6%다. 3%이상은 82.7%, 3.5% 이상 적립금 비중은 18.5%에 이른다.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에 대한 평균 최저보증이율은 3.26%에 달한다. 시중 금리가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상품은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과 같은 이차역마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조정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저금리 상황이 심화될 경우 이차역마진 발생으로 보험손익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라며 “금리연동형 상품의 최저보증이율 관련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 ◇ 산은 고민 깊어질 듯…알리안츠생명 전철 밟을까 우려

      매각 가격도 이슈다. 산업은행과 국민연금 등이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마당에 투자 원금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2650억원) ▲국민연금(2150억원) ▲금호아시아나그룹(1000억원) 등이 참여해 650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지난해 초 칸서스자산운용과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를 위해 설립한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가 국민연금으로부터 빌린 3000억원의 차입금을 갚아줬다. 이를 포함하면 총 투자원금은 1조원에 육박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사 이후에 나온 가격을 기준으로 매각을 진행 할 계획이다”라며 “현재로선 매각가격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KDB생명 매각에서 가치평가를 위한 실사를 해본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매각가격은 정해져 있고 이를 양보하기 힘들기 때문인데 결국 만기연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계 보험사들의 인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동양생명을 인수한 안방보험이 저축성 보험 중심의 판매전략을 기반으로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KDB생명 매각에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중국 후보들이 높은 입찰 가격을 써낼 것이란 보장은 없다. 앞선 매각 때 인수 의향을 내비친 DGB금융지주와 중국계 투자자들이 제시한 금액은 매각 측의 기대 가격과 차이가 컸다. 일각에서는 알리안츠생명 매각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매각할 경우 대우조선 사태처럼 국책은행의 방만경영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국민연금의 눈높이도 고려해야 한다. 적정 가격 이하로 팔리면 국민연금 역시 손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2전3기'로 다시 매각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보여주기식 매각 시도로 그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