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자문王 골드만삭스·JP모간·도이치, 어디로 갔나
입력 2016.07.22 07:00|수정 2016.07.22 07:00
    수천억~수조원대 대형 거래 주무르던 3사
    올해는 '매각 실패·중단' 이미지 더 커
    "JP모간, 임석정 전 대표 사임 후 영향 무시 못해"
    "골드만삭스, 프리미엄 사라지고 있다"
    "도이치증권, 지난해 내부 감사 이후 리빌딩 작업"
    모건스탠리·크레디트스위스, 꾸준한 거래 수임 주목
    • JP모간이 경영권 매각을 주관한 약진통상과 로젠택배는 결국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사모펀드(PEF)들은 궁여지책으로 기업공개(IPO)를 선택했거나 추진할 예정이다. 매각자가 욕심을 부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JP모간의 매각 진행이 원만치 못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JP모간은 동양매직 매각 주관사로도 1순위 후보로 꼽혔다. 동양매직에 투자한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가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며 다이와증권과 함께 JP모간을 자문사로 고용했고, 동양매직 매각을 위한 물밑작업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매직 매각은 NH투자증권이 단독 주관하고 있다. 주관사 선정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제안한 수수료 수준의 차이가 컸지만, JP모간이 제시한 매각 전략이나 인수 후보군 설정 등이 촘촘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 골드만삭스는 HK저축은행·터키 마르스엔터테인먼트·이랜드리테일의 킴스클럽 매각 주관 등으로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 상반기 5위에 올랐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한국법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IB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이보다는 MBK파트너스·맥쿼리PE·미래에셋운용 등과 맺은 딜라이브(옛 씨엔앰) 매각 주관 계약이 4월로 끝난 점, 또 코웨이 매각도 지지부진 한 점이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 딜라이브 실권을 가져온 인수금융 대주단도 골드만삭스에 매각을 맡길 생각은 없는 듯하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소프트뱅크의 1조원 쿠팡 투자 자문으로 수백억원의 자문료를 챙겨 다른 IB들의 부러움을 산 주인공이 골드만삭스였다.

      도이치증권은 상반기 자문 실적이 아예 없다. IMM PE의 첫번째 경영권 투자 거래인 할리스커피 매각 자문을 따낸 게 상반기 유일한 성과다. 지난해 홈플러스, KT렌탈 인수 등 조(兆)원 단위 대형 기업 매각·인수 자문사로 활약했던 도이치증권에 예상거래금액이 겨우 1억달러 정도인 할리스커피 매각 자문은 기대 밖이었다. 주요 임원이 회사를 떠나야 했던 도이치증권 사정을 감안했을 때 할리스커피 매각 자문 확보에 오히려 박수를 쳐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해까지 메가딜 단골 자문사였던 골드만삭스ㆍJP모간ㆍ도이치증권의 올해 모습이 이와 같다. "3곳의 현재 자문 실적을 보면 크레디트스위스나 모건스탠리 시니어 뱅커 1명의 몫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IB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JP모간이 참여한 매각 거래들이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로 IB업계는 '매각 전략 실패'를 꼽고 있다. 로젠택배 매각은 최초 인수후보 모집부터 매각 과정까지 IB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매각 초기에 희망매각가로 4000억원이 거론되면서 잠재 인수 후보들이 이탈했고, 예비입찰 이후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 선정에서는 DHL과 UPS에 스틱인베스트먼트을 선정하면서 인수 경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로젠택배를 인수할 뜻이 없다는 점은 IB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 외국 증권사 관계자는 "본입찰 이후 과정을 생각하면 스틱인베스트먼트보다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끌고 가는게 매각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매각희망가가 높긴 했지만 초기 분위기 조성부터 중간 과정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M&A시장에서 매각거래의 경우 가격은 낮게 시작, 경쟁 분위기를 조성해 가격을 높여가는 게 일반적인데 JP모간은 반대로 갔다"고 지적했다. DHL과 UPS은 실사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로젠택배를 통해 국내 택배산업을 속속들이 파헤쳐 보고 갔다.

      JP모간의 로젠택배 매각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자문한 두산DST 매각과도 비교됐다. 두산DST를 매각하기 전, 관련업계에선 두산DST가 방위산업내 위치상 투자 가치가 낮아 원매자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공식적인 매각가는 6900억원. 두산과 사모펀드가 받기로한 배당까지 더하면 7500억원에 달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8월 한국 JP모간을 떠난 임석정 전 대표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임 전 대표는 1995년부터 한국 JP모간 대표를 맡아 LG카드 매각 자문을 비롯해, 대우건설, 제일은행, 한미은행, 조흥은행, 에쓰오일 등 대형 M&A를 성사시켰다. 2012년에는 KCC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인수, 2014년 삼성의 방산·화학 사업 매각에 참여하며 JP모간의 이름을 남겼다.

      다른 외국 증권사 관계자는 "JP모간에서 임 전 대표가 마케팅과 자문업무 수임부터 진행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약한 까닭에 다른 뱅커들은 그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올해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대해선 경쟁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하는 일마다 잘 안되고 있다"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기업 매각, 제일기획 매각 자문 등이 진척을 못 낸 영향이 컸다.

      올 초 한국 골드만삭스에서 기업금융 부문을 이끌고 있는 2명 가운데 최동석 대표가 해외 사모펀드(PEF)의 한국 대표로 옮긴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골드만삭스가 진행한 매각들이 공회전을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따라붙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호텔신라의 미국 면세점 인수 등을 매듭졌던 모습이 불과 1년도 안돼 사라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A 자문에서는 골드만삭스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M&A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골드만삭스의 역할도 줄어든 듯하다"며 "골드만삭스란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 롯데 등 특정 기업이나 MBK파트너스 등 일부PEF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도이치증권의 부진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등에 참여하며 국내 시장에서 연전연승을 거뒀지만 마케팅비용 처리 문제가 커지면서 자문업무을 사실상 중단했다. IB부문 대표와 담당 본부장 등은 휴직에 들어갔다. 그리고 올해 초 조만철 본부장이 복귀해 IB 부문을 다시 구축하고 있다. 할리스커피 매각이 복귀 후 첫 자문이다.

      비워진 3강의 자리는 모간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가 차지했다. 올해 두산DST매각은 크레디트스위스, 한화 인수 자문은 모간스탠리가 담당했다.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 자문도 모간스탠리였다. LG화학이 인수한 동부팜한농의 매각자문사 역시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였다. 현재 모간스탠리는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매각, 넷마블게임즈의 소셜카지노기업 '플레이티카' 인수 등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크레디스트스위스 역시 금호타이어와 KDB생명 매각을 주관한다.

      IB업계에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간스탠리가 맡고 있는 자문 건수가 인력에 비해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거래 성사율이 높고 자문 거래를 꾸준히 수임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사야 한다는 평가다. 누가 강자인가를 따질 때 오래가는 자가 강하다는 격언도 거론되고 있다.

    • 골드만삭스나 JP모간 등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올해 대형 ‬IPO에 빠지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네이버 라인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대표주관사다. 상장이 중단되긴 했지만 호텔롯데 IPO에선 공동주관사였다. JP모간 역시 두산밥캣, 아큐시네트, 네이버라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도 마찬가지로 삼성바이에오이페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네이버라인 등에 고루 주관사로 올라 있다.

      IB업계에서 IPO 거래는 수수료 수입이 고정돼 있어 '실리보다는 명예'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M&A 시도는 많지만 실제 도장을 찍는 경우가 드물어진 시기에 고객군이 편중돼 있거나,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했던 곳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전반적으로 IB들이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꾸준하게 자문업무를 따내는 게 IB에겐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