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승계 '오리무중'…손 놓고 있는? 손 놔도 되는?
입력 2016.07.26 07:00|수정 2016.08.02 10:19
    현대차그룹, 삼성그룹比 승계준비 더디다는 평가
    시중 시나리오들 해결 과제 많아
    ES, 단순 상속시 상속세 재원은 충분하다는 평가
    승계이슈 불확실성 제거後 현안에 집중해야 한단 의견도
    • 최근 이건희 회장의 사망설로 삼성그룹의 승계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승계 작업 진행 상황이 재조명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정몽구 회장이 고령(1938년생)인 점을 들어 건강과 관련한 각종 루머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현대차그룹 역시 승계에 대한 리스크 해소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시장에선 정의선 부회장의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낮은 점을 지적한다. 정 부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단에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부터 정 부회장이 현대차 지분을 매입하고 있지만 지분율은 여전히 2.28%에 불과하다.

      삼성그룹이 사업·지배구조 개편에 한창인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승계작업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 ◇시중에 언급되는 승계 시나리오, 현실화까지 장벽 많아

      금융 시장에서 그동안 언급된 승계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각각 인적분할 뒤 지주사간 합병' 등이다.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 위치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시나리오는 잘 알려져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이를 승계 레버리지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지난해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이 내놓은 현대차 지분을 인수하자 새로운 시나리오가 부상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기아차를 각각 인적분할한 뒤 지주사를 합병하는 안이 그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기아차 지분만으로 그룹 전반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들이 현실화하는 데는 제약들이 있다. 모두 주주총회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과거에 비해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현대글로비스의 외형을 키우는 데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시가총액 25조원에 달하는 현대모비스와 시가총액 6조5000억원 수준의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함에 있어 오너가 원하는 수준의 합병비율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계열사 3사 인적분할-지주사간 합병 안'도 주주총회를 3번 이상 통과해야한다. 근본적으로 정의선 부회장의 해당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현대차 2.28%·기아차1.74%)이 낮아 확실한 지배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상속통한 현 수준 지배력 유지는 크게 어렵지 않아

      현대차그룹 승계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의 시선과는 반대로 "당장 급할 건 없다"는 의견도 많다. 지금 상황에서도 그룹 경영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지주담당 애널리스트는 "상속세를 줄이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 그룹 승계의 핵심"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하기만 해도 승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자산 중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는 현대모비스(지분율 6.96%)·현대자동차(5.17%)·현대제철(11.81%)의 지분 가치는 약 4조원대로 평가된다. 상속세(50%)를 고려할 경우 해당 지분을 온전히 확보하기 위해 정의선 부회장이 필요한 자금은 2조원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지분율 23.29%)와 현대엔지니어링(11.72%) 지분의 가치가 2조2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상속세 재원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다만 승계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투자자들이 대체로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연간 800만대 이상 생산능력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에 대한 대응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승계 이슈는 사실상 투자 기회가 아닌, 투자 리스크라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