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과 의심 교차하는 동양매직 조기매각
입력 2016.07.27 07:00|수정 2016.10.17 16:08
    가전사업은 캐시카우, 렌탈사업 성장성이 매각 핵심
    공유경제 인식 전환·정부 정책 등 긍정적인 요소 많아
    렌탈사업 고객·매출 확장됐지만 본격적인 이익 반영 전
    예상보다 이른 매각에 “고객·판매조직 문제 있나” 의심도
    • 동양매직이 NH-글랜우드 사모펀드(PEF)에 인수된 지 2년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가전사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렌탈사업이 회사 성장을 이끌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에 예상보다 일찍 매각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렌탈사업의 성장이 실적으로 반영되기 전에 매각하는 데 의구심 섞인 시선도 있다. 고객의 충성도와 판매조직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표출되기 전에 매각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렌탈사업 성장성이 매각 핵심…계정·매출 급증 자신감"

      동양매직 가전사업부는 주력상품인 가스레인지와 오븐, 식기세척기 등 분야에서 우월한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다. 알람쿡 가스레인지와 직수형 정수기 등 신제품이 성공을 거뒀고, 재건축·재개발 증가에 따른 빌트인 제품 판매도 늘고 있다. 국내 주방가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당분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가전사업이 동양매직의 캐시카우로 안정성을 담보한다면, 미래가치가 달린 렌탈사업이 이번 매각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렌탈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기에 일찍 매각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자 측은 만족할만한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없으면 내년에 다시 공개매각을 추진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렌탈시장은 소유의 경제에서 공유의 경제로의 인식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롯데와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이 렌탈시장에 진입했고, 다루는 제품도 넓어지고 있다. 동양매직과 유사사업을 하는 코웨이와 쿠쿠전자는 매트리스 렌탈도 시작했다.

    • NH-글랜우드 PEF도 렌탈에 역량을 집중했다. 동양매직과 동양매직서비스의 렌탈사업을 하나로 합쳤고, 방문판매사원(Magic Care) 조직도 키웠다. 시장 규모의 성장과 신제품 개발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누적 렌탈계정은 2013년 53만 건에서 올해 80만 건을 넘어섰다. 매출 비중은 2013년 30%에서 올해 1분기 38%까지 높아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렌탈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고 시장 진입을 원하는 업체도 많다”며 “정부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1년 후면 확실해지는데…고객·판매조직 문제 있나?"

      동양매직의 렌탈 계약 기간은 보통 5년이다. 계약기간 동안 렌탈비를 나눠 받는 렌탈사업의 특성상 초기엔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보인다. 렌탈 시작 후 2~3년은 지나야 돈을 벌게 된다. 2015년 이후 급증한 신규 계정에서 나오는 이익이 온전히 반영되는 시점은 내년 이후로 예상된다. 매각 추진 시기가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렌탈사업 급성장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현실화하기 전에 급히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렌탈 회사는 계약 해지에 따른 손실 및 제품 폐기 비용도 부담해야 하는데, 영업현금으로 이를 보전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가입자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며 “동양매직의 고객이 늘었지만 얼마나 충성도 있는 고객인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양매직은 그 동안 판매원에 업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판매조직을 키워 왔다. 갈수록 조직을 키우고 유지하는 것이 부담될 수 있다. 역량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동양매직 인수를 검토중인 PEF 관계자는 “내년이면 렌탈사업 확장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텐데 예상보다 일찍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이 궁금하다”며 “실사에 참여하게 되면 고객군이나 판매조직이 얼마나 충성도 있고 실적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돈 쌓아둔 PEF 투자처로 적합…해외 PEF 각축 예고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이견이 있겠지만 동양매직에 대한 관심 자체는 높다. 하반기 줄줄이 매각을 기다리는 매물들은 덩치가 너무 크거나 전망이 어두운 경우가 많다. 동양매직이 투자 가치가 가장 높은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우량 투자처 물색에 열을 올리는 PEF 위주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CVC, 칼라일그룹, 베인캐피탈,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안내서를 수령했다. 현대백화점 등 지난 동양매직 인수전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큰 관심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컨더리 투자에 소극적인 국내 PEF보다는 해외 PEF간 각축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다. 매각자 측에서도 해외 PEF의 인수 열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ADT캡스 후 잠잠했던 칼라일, 임석정 대표를 맞은 후 첫 인수를 노리는 CVC, 버거킹을 세컨더리로 인수했던 어피니티 등이 인수의지가 높을 것”이라며 “거래 규모도 돈을 쌓아둔 PEF들이 인수하기에 적당하다”고 말했다.

      NH-글랜우드 PEF는 동양매직을 32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전해인 2013년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7.5배 수준이다. 이를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에 적용한다면 약 4400억원이다. 매각 금액이 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