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내부보다는 그룹에서 CRO 선임할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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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이 KB손보(옛 LIG손해보험)를 인수한 이후 CRO(위험관리 최고책임자)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이전만 하더라도 실무적인 무게감이 크지 않았지만, KB간판을 단 이후 CRO가 투자결정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CRO는 회사의 리스크 한도 수립과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책임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는 리스크 관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CRO를 두기 시작했다. 특히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경우 CRO의 권한이 점점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CRO의 역할이 제한됐었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일부 대형사에 한해 CRO가 존재할 정도였다. LIG손보도 다른 보험사와 다를 바 없었다.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 있는 인력보다는 영업, 전략기획 등의 다른 업무를 하면서 CRO를 겸직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KB금융으로 대주주가 바뀐 이후 CRO의 권한이 강화했다. KB금융이 LIG손보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가 CRO 교체였다. CEO는 유임시켰지만, LIG손보의 심재웅 CRO는 KB지주와 은행에서 리스크 업무를 담당한 신현진 상무로 교체했다.
신 상무에게는 이전보다 큰 권한이 주어졌다. 일종의 '거부권'이다.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다수가 찬성한 투자 안건이라도 CRO가 이를 거부할 수 있다. LIG손보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권한이다. 사실상 투자 결정에 신 상무의 의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투자업무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투자담당자는 이전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투자 건을 들여다 보게 됐다. 또한 CRO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대비해 복수의 투자 건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전반적으로 투자에서 감당 할 수 있는 리스크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한 KB손보 관계자는 “KB로 바뀌면서 가장 많이 바뀐 것 중 하나가 리스크 관리다”라며 “이전보다 리스크 관리가 엄격해지고, CRO의 역할이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RO의 전문성이 점점 강화하는데다, CRO 인사만큼은 내부보다는 지주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 KB금융이 현재 통합작업을 진행중인 현대증권에서 제일 먼저 단행한 인사가 CRO 교체였다는 점도 이런 경향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의 경우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역할이 강화하는 것과 같이 금융사에선 CRO의 권한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라며 “내부통제를 담당하기 때문에 지주에서 온 CRO의 권한이 점점 막강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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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3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