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철강재 수입규제, 당장은 문제 없지만…
입력 2016.08.09 07:00|수정 2016.08.09 07:00
    개별업체 파급력은 크지 않을 듯
    전반적인 수출환경 악화 불가피
    • 미국 정부가 국내 철강업체가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최대 61%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국내 업체들의 열연강판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따른 전반적인 수출 환경 악화 같은 파급효과에는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7개국 철강사들로부터 자국이 수입하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최종판정을 통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각각 3.89%, 9.49%의 반덤핑관세와 57.04%, 3.89%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 국내업체들의 내식성 도금강판, 7월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관세 판정 이후 또 한번 국산 철강재에 고율의 수입관세가 부과된 사례다.

      단기적으로 개별업체들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2015년 기준으로 미국에 대한 열연강판 수출량은 115만톤, 금액기준 약 6000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열연강판이 도금강판이나 냉연강판보다는 그 규모가 크지만, 철강업체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열연 생산량의 3%, 수출량의 13% 수준이다.

    • 비교적 높은 관세율이 부과된 포스코의 경우 미국에 약 80만~90만톤의 열연강판을 수출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판매 감소 혹은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한신평은 “그러나 일관제철소로서 다양한 제품구성을 보유하고 있고 규제 대상 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연결 매출액의 1~2% 수준)도 크지 않아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제철은 열연강판에 대한 관세율은 낮은 반면, 내식성 도금강판 및 냉연강판의 경우 높은 세율을 적용 받아 대미 수출의 감소가 예상된다. 현대제철 역시 미국에 대한 수출규모(열연강판 20만~30만톤, 도금 및 냉연강판 합계 20만톤 미만)가 작아 수입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한신평의 판단이다.

      동국제강의 경우 열연을 생산하지 않는다. 또 내식성 도금강판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낮은 관세율(8.75%)을 적용받고 있어 대미 수출량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해선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높은 관세율이 부과되는 강종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수출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제품 마진 감소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 제 3국 등 새로운 수출처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게 됐다.

      중국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경쟁국 제품의 관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비교적 높게 책정된 것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철강재가 국내나 중국 및 동남아 시장으로 공급되면서 해당 시장에서 경쟁강도가 심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신평은 “내수 시장에서의 공급과잉으로 수출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국내업체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는 것도 부담이다. 수입규제가 여타 철강제품에 적용되거나 다른 국가로 확산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철강업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상무부는 열연강판에 이어 후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유럽연합, 인도 등도 최근 국내 철강재에 대한 수입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한신평은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에 따른 수출 확대와 더불어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수입규제가 증가하면서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철강업체의 수출환경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