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백보' 현대상선·한진해운…살아나도 앞날 캄캄
입력 2016.08.17 07:00|수정 2016.08.17 07:00
    경영 정상화 박차 가하는 현대상선
    법정관리·회생 갈림길에에 놓인 한진해운
    해운시장 수요 정상화는 요원
    •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행보가 수개월 만에 뒤바뀌었다.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간 현대상선은 정상 궤도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한진해운은 구조조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차입금 만기 연장 등 회생을 향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해운업황을 보면 두 선사의 상황은 오십보백보다. 세계 물동량이 언제쯤 늘어날 지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현대상선의 2M 동맹 가입은 '불안한 합류', '일시적인 재편'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회생 자체가 회의적인 분위기다. 두 선사를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힘을 받고 있다.

      ◇ 주인 바뀐 현대상선 vs 숨가쁜 한진해운

      현대상선은 40년 만에 현대그룹을 공식적으로 떠나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회사는 채권단이 제시한 ▲용선료 재조정 협상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해운 얼라이언스 가입의 세 가지 출자전환 조건을 충족하고,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로 들어갔다. 4개월간의 구조조정 결과 부채비율이 250%대로 떨어지며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게 됐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와 회생의 기로에 서있다. 조건부 자율협약 기한을 내달 초로 한 달 연장하며 시간을 벌었지만, 현대상선과 동일한 출자전환 요건을 맞추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한진해운은 현재 22개 선주를 대상으로 용선료를 3년6개월 유예하는 안을 협상 중이다. 내달 초에는 전체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이외에도 국내외 32개 선주와 선박금융 협상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채권단은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판단, 추가조건 이행을 요청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개혁 기자간담회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이 사정이 조금 더 나빠 선박금융까지 포함해 조정해야 장기간 유동성 부족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내년까지의 부족자금 1조2000억원 중 일부를 선박금융 상환유예와 용선료 인하 협상 등으로 수 천억원 줄인다는 방침이다. 한진해운을 도울 여력이 없는 한진그룹은 부족자금을 놓고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지원 가능성을 거듭 일축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내달초까지 출자전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부족자금 해결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해운업황 "앞길 안보여"…두 선사 합병론 힘 받아

      업황을 보면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 모두 앞날이 더 캄캄하다. 해운업 전문가들은 벌크선(BDI) 지수 급락 이후 시장의 공급(선복량)은 통제됐지만 수요(물동량)의 정상화 시점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선사들이 각각 처한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해운업황은 짙은 어둠 속에 있다.

      현대상선과 2M(머스크·MSC)이 손을 잡을 것을 두고도 '불안한 동거' 수준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포함된 2M 체제가 언제까지 유효할지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해운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합류에도 2M 선사들의 매출이 크게 늘지 않을 텐데도 왜 이들이 현대상선과 손을 잡았는지가 궁금하다"라며 "현대상선과 머스크·MSC는 규모, 운항항로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함께 어우러지기에 성격이 많이 다른 회사들이다"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회생 자체가 불안하다. 업황 침체 속에서 주요자산까지 계속 매각하고 있어 영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진해운은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중, 한-일 그리고 동남아 항로 운영권 일부를 ㈜한진에 매각하기로 했다. ㈜한진이 해당 항로에 한진해운이 아닌 다른 선사의 선박을 투입할 경우 한진해운의 수익성 타격은 불가피하다. ㈜한진는 다음달 운영권 인수와 관련된 실사를 마치는대로 투입할 선박을 최종 결정한다.

      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론은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다. 한 곳의 국적선사에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올 초 진행된 중국 양대 국적선사인 코스코(COSCO)와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의 합병은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해양수산개발원 세미나에 초청된 찐황 상해해사대학 교수는 "합병법인의 컨테이너선 점유율을 보면 각각 4.3%, 3.5%에서 7.9%로 증가하며 세계 4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이벌크 점유율은 각각 2.8%, 1.2%를 기록하다 4%로 상승하며 세계 1위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