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끼리 기업 사고 팔고…'세컨더리 거래' 떠오른다
입력 2016.08.18 07:06|수정 2016.08.18 07:06
    버거킹·로젠택배·동양매직 등
    투자회수 무산·IPO 불발 주원인
    "투자 기회 많고 경쟁 덜해 긍정적"
    "LP들의 부정적 인식은 개선돼야"
    • 사모펀드(PEF)가 투자한 자산이나 지분을 다시 PEF가 인수하는 '세컨더리(Secondary)거래'가 부상하고 있다. 전문 펀드도 생기고 실제 사모펀드간 기업인수거래도 늘고 있다. 지분 매각과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지고 미소진 투자금(Dry Powder)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PEF간 기업 인수 거래…대규모 세컨더리펀드 결성

      올해 초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VIG파트너스가 소유한 버거킹을 인수했다. H&CK와 NH PE-큐캐피탈파트너스

      는 우리PE가 투자한 광주두원강철 지분 100%를 사왔다. 칼라일은 약진통상 일부지분을 다른 PEF에 분산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어링PEA가 매각하는 로젠택배는 CVC캐피탈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 경쟁을 하고 있고 NH PE-글랜우드PE가 투자한 동양매직에는 PEF들이 인수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PEF가 매각하는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도 등장했다. 대신PE와 SK증권 PE는 지난달 말 2000억원 규모‘대신-SKS

      세컨더리 PEF’를 등록했다. 산업은행과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이 주요 출자자다. 2012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만든‘스틱세컨더리펀드3호’이후 4년여 만이다.

    • ◇꽉 막힌 투자회수, 쌓이는 드라이파우더

      국내에서는 PEF끼리 투자 자산을 주고받는 데 익숙지 않았다. 다른 펀드가 투자한 회사는 손대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존재했다. 펀드가 매물로 내놓은 회사는 성장이 끝났다는 인식도 강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4~2015년 국내 PEF투자회수 유형 중 세컨더리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였다. PEF 역사가 100년이상 된 미국 시장에서는 이 비율이 22%였다.

      M&A를 통한 투자회수가 잇따라 무산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략적 투자자(SI)들은 새로운 기업 인수보다는 자산을

      매각했고 IPO도 불발했다. 캐프(IMM PE)와 삼양옵틱스(VIG파트너스)가 증시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동시에

      PEF들은 투자처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2011년 6조원(금융감독원 자료)이던 드라이파우더는 지난해 말 20조원으로 늘었다.

      자연스럽게 PEF들이 세컨더리 투자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세컨더리 투자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지고 있다. ▲최초 투자한 PEF가 심사를 마쳤다는 점 ▲시장가치보다 할인된 가격이라는 점 ▲초기 성장 단계가 지난 점 등이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펀드출자자에게는 투자 집행도 중요한데 일반 블라인드펀드간 투자 경쟁이 심하다”며“반면

      세컨더리 거래는 투자 기회가 많고 회수까지 시간도 짧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말했다. 그는“세컨더리 펀드는 시장 경쟁이 초기 단계라 투자자금 소진도 빠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 ◇"시장 성숙까지는 시간 필요"

      세컨더리 투자로 성과를 증명한 사례는 많지 않다. 스틱 세컨더리3호가 투자했던 우양에이치씨(KTB PE)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동우HST(큐캐피탈파트너스)는 상장이 무산됐다. 대신-SKS 세컨더리 PEF도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 세컨더리 투자 비중을 50%로 한정했다.

      PEF가 안정 궤도에 오른 회사에 투자한 점도 변수다. 수익을 누리려면 여전히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PEF들이 팔고 있는 회사들 중 추가 수익을 누릴 만한 투자 대상이 드물다는 점이다. 대다수가 전방 산업이 꺾였거나 성장기를 지나 수익성이 정체됐다.

      세컨더리 투자를 바라보는 펀드 투자자(LP)들의 보수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2013년 테이팩스 경영권 거래 당시 행정공제회는 스카이레이크의 인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행정공제회는 테이팩스매각, 매수 측 펀드 투자자였다. 첫번째 투자 때 수익을 냈어도 재투자에서 손실이 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들도 이점을 고려해 세컨더리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투자 건을 검토할 때 펀드 LP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면서“투자 승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해당 투자 건에 이미 출자한 곳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LP 지분 유동화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국내는 아직 LP 지분 거래 시장이 없다. 해외는 PEF 투자회사뿐 아니라 LP 지분 거래가 활발하다. 세컨더리 펀드 전문 운용사도 많고 LP 참여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들이 해외 운용사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최근 3~4년간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꾸준히 해외 세컨더리 펀드 운용사에 자금을 맡겼다. 다른 기관투자자 관계자는"펀드 정관에 전체 LP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묶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재로선 활성화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국내 PEF 세컨더리 거래는 구주 거래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