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1조 유증에 시장은 무덤덤…"대우조선 처리가 우선"
입력 2016.08.22 07:00|수정 2016.08.22 11:15
    삼성重 숨통은 트였지만 먹거리 없어
    조선업계 관심사는 공급과잉 해소
    정부는 조선사별 고강도 자구안에만 관심
    • 삼성중공업이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이번 삼성중공업 자본확충이 유동성 위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신규 수주를 통한 영업활동 개선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중공업의 유증은 조선업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정부와 시장 간의 시각차를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의 유일한 관심사가 공급과잉 해소임에도 불구, 정부는 개별 조선사별로만 접근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 삼성重 "숨통은 트였다"…먹거리 확보는 요원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경영진단 결과를 통해 언급한 유증의 최종 규모 및 방식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회사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통해 1억5912만주의 신주를 발행, 1조1011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유증으로 부족한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동시에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됐다. 계열사들의 유증 참여로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도 확인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엔 어렵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채권단이 요구한 유증이 결정되며 선수급환급보증(RG) 발행이 가능해졌지만 신규 수주가 전무해 이 또한 유의미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여기에 이번 유증이 회사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닌 채권단의 요구로 진행되는 측면에 무게가 실리면서 회사가 기대하는 유증효과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또한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운영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증자를 추진하게 됐다"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유증효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자본 완충력이 개선될 뿐 본질적인 사업능력이 호전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유증으로 사업구조에 있어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형성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 "조선업 구조조정 놓고 정부-시장 시각차 재확인"

      시장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삼성중공업의 유증을 통해 정부가 의도하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방향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초점이 개별 기업에만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유일한 관심사는 조선업계 내 고질적인 공급과잉 해소다. 경쟁사인 일본 조선소들은 오래전 공급과잉을 해소했고 중국도 정부가 나서서 조선사를 통폐합하는 데 한창이다.

      조선업계의 공급과잉 해소는 대우조선해양의 처리 문제와 연관돼있다. 올 상반기에만 1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본 대우조선해양은 당장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다음달 인도 예정인 1조원 규모의 앙골라 소난골사의 드릴쉽이 보증문제로 잡음을 일으키며 차입금 상환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이 심각해지며 정부의 추가 지원설까지 나오자 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을 파악조차 하기 힘들다는 불만으로 가득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삼성중공업은 그룹에서 계속 살리라고 강요하고, 대우조선에는 추가로 지원을 한다면 공급과잉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신규수주를 통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급선무다. 내년 연말 이후부터는 삼성중공업의 일감이 바닥에 달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