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라이벌은 옛 말?'…희비 갈린 네이버·카카오
입력 2016.08.22 07:00|수정 2016.08.22 07:00
    캐시카우 '광고' 실적 양극화 심화
    카카오, 신규 사업 O2O에 투자 집중…전망은 '흐림'
    • 네이버와 카카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자회사 라인(LINE) 상장이라는 과제를 넘긴 네이버는 기존 사업에서도 개선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기존 사업의 부진에서 좀처럼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상반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양사의 상반된 분위기가 엿보였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임지훈 카카오 대표의 컨퍼런스콜 발언 내용에서 확인된다. 이해진 의장은 자회사 라인의 미·일 동시 상장을 지켜봐준 투자자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제2의 라인'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임지훈 대표는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이후 사업 모델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온 현실을 토로하며 ‘광고·O2O(Offline to Online)’ 등 부진한 사업들을 개선해 현재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알리는 데 치중했다.

      성적표를 보면 2분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네이버(2727억원)와 카카오(266억원)의 격차는 10배 넘게 벌어졌다. 네이버가 분기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반면, 카카오는 정체돼 있다. 이번 분기 실적으로 편입된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면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86억원 수준으로 사실상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신용등급에서도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라인 상장을 마친 네이버(AA)의 등급 전망엔 '긍정적'이 부여됐다. 카카오는 기존 등급(AA-)은 유지했지만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 5월 발행한 회사채에 대한 조기 상환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장에선 신용평가사들의 카카오에 대한 과도한 차입금 우려가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 네이버-카카오 실적 가른 광고…빛 바랜 '모바일 집중'

      실적 양극화는 양 사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에서 두드러졌다.

      광고 시장이 점차 축소되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업황 악화에 직면했는데 성적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2분기 광고 매출은 카카오가 전년 대비 온라인에서 22% 감소했고, 모바일 광고는 8%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온라인 광고에서 2.3% 줄었지만, 모바일 부문은 81.4% 성장했다. 사실상 온라인과 모바일 모두 네이버가 좋은 실적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각 사의 전략 차이가 실적을 갈랐다고 분석한다. 카카오는 광고 전략으로 ‘모바일 집중’을 내세웠다. 카카오톡과 이를 활용한 O2O 서비스에 광고를 집행하는 방안에 자원을 집중했다. 네이버는 ‘수익원 다각화’를 내세웠다. TV캐스트·라인·브이(V)·스노우 등 독립된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공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한 카카오 개발자는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초기 카카오톡에 비해 구동시간이 점차 느려진다는 점”이라며 “모바일 수익을 위해선 메신저 내 광고·서비스 탭을 점차 늘려야 하는데, 이와 비례하게 구동시간이 느려지면 메신저 본연의 기능을 잃는다는 딜레마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IT 애널리스트는 “네이버 TV캐스트 등 이용 시 의무적으로 ‘15초’ 동안 광고를 봐야함에도 이용자수가 늘고 있는 등 다각화 전략이 효과를 얻고 있다”며 “아직 본격적으로 라인에 광고를 붙이지 않은 네이버 입장에서는 향후 성장 측면에선 카카오에 앞선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카카오,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시작은 앞섰는데…투자자 불안감 '증폭'

      미래 사업 확보 측면에선 오히려 카카오가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투자를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드라이버(대리운전)·헤어샾(미용)·홈클린(가사서비스) 등 O2O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수·합병(M&A)확대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직접 O2O 서비스 진출에 나서고 있다. 올해도 마케팅 비용으로 총 800억원을 집행하는 등 지속된 투자를 예고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용자에게 직접 수수료를 얻는 첫 O2O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 성과에 쏠렸다. 하지만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드러내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서비스 출시 후 두 달 여간, ‘총 콜(Call) 수 270만,가입자 100만명,기사 가입 11만명’을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콜이 결제로 이어지는 ‘완료율’은 60%대에 그쳤다. 김동희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이를 반영해 3분기 카카오의 순매출을 55억원으로 추정한 후 “의미있는 매출기여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7월 “O2O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재 카카오 주가에 47%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라며 “이게 납득되려면 카카오가 2017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48%를 달성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메신저 라인을 중심으로 외부 O2O 업체와 '협력'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라인 이용자가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에 집중된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기존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 부담·국내와 다른 해외 이용자 행태 등의 이유로 직접적인 O2O 사업 진출을 철회했다. 대신 외부 O2O 업체를 라인에 제휴 시켜 이용자를 확보한 후, 이를 활용한 광고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에 나섰다.

      라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교통체증이 심해 오토바이택시 운영이 잘 되다보니 라인을 통한 O2O 진출을 검토했었다”라며 “하지만 현지에서 ‘고잭’이라는 업체가 워낙 잘하고 있고, 직접 진출보다 라인에 입점시키면 메신저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장기적인 전략을 준비해 가는 반면 카카오는 당분간 현재 실적 회복에 집중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카카오가 당장 올해 신사업에서 실적을 내기보단, 기존 캐시카우인 ‘광고’에서 회복세를 보여달라고 요구한다”며 “카카오가 새로 광고사업부문을 신설하고 네이버, LG전자 출신 여민수 부사장을 담당 부문장으로 스카웃 해오는 등 광고에 집중한 모습도 이 점이 반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