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륜E&S만 살 수 없을까"…주객 전도된 한진重 발전사 매각
입력 2016.08.23 07:00|수정 2016.08.23 08:14
    인수후보, 발전 2사보다 투자유인책 대륜E&S에 더 관심
    "도시가스 업체 연합 및 매각구조 역제안도 검토"
    발전 2사 “예상대로 열수요 늘까?” vs 매각자 “수요 증가 확실시”
    • 한진중공업이 매각 추진 중인 발전자회사(대륜발전·별내에너지)보다 매각 성사를 위해 함께 내놓은 대륜E&S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수후보들은 대륜E&S의 꾸준한 현금창출력을 높이 평가하며 인수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는 사업전망이 엇갈리며 인수후보의 관심에서 한 걸음 밀려나 있는 모습이다.

      ◇주 매물보다 덤에 더 관심…FI, 도시가스사업자와 연합 가능성도

      지난 16일 매각주관사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설명서(IM)를 인수후보들에 배포했다. 미래엔, IMM인베스트먼트, 키스톤PE, KDB인프라자산운용, 메리츠종금증권PE, 하나금융투자PE 등 6곳의 인수후보는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갔다.

      매각자 측은 발전 2사의 초기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대륜E&S를 매각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시장의 관심을 모으는 한편 계열사간 얽혀있는 채무관계를 정리하고, 효율적인 사업 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 인수후보들은 정작 주 매물인 발전 2사보다 투자 유인책인 대륜E&S에 더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변수가 많은 발전사업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도시가스사업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대륜E&S는 매년 300억원 내외의 상각전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인수전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은 투자와 회수의 안정성을 위해 전략적투자자(SI)와의 연합을 꾀하고 있는데, SI는 주로 대륜E&S에 관심을 가지는 도시가스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발전사업자는 업황 침체와 실적부진으로 투자의지가 꺾였다는 평가다.

      인수전에 참여한 FI 관계자는 “연합 의향을 물었던 발전회사들은 초기 부담을 안고 사업을 확장하길 원치 않는 분위기”라며 “FI 대부분이 도시가스사업자와 컨소시엄 구성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일한 SI인 미래엔과 FI의 연합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래엔 역시 전북도시가스와 미래엔서해에너지 등 도시가스사업자를 거느리고 있다.

      매각자에 구조 변경 제안을 검토중인 곳도 있다. 이번 매각은 급박한 유동성 위기 해소보다는 자구 의지를 보이기 위한 면이 크다. 때문에 패키지 매각을 고수하기보다는 사업성 있는 대륜E&S를 먼저 팔아 성과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발전 2사는 수익성이 확인되는 시점에 팔면 된다는 주장이다. 단 매각자 측은 패키지 매각 구조의 변경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수후보 “열수요 증가 여부 불투명” vs 매각자 “호재 많고 변수 없어”

      이번 매각 성사를 위해선 결국 인수후보들이 발전 2사의 사업성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긍정적 요소는 많아졌다. 용량요금(CP)이 인상되고 차입금 리파이낸싱도 추진한다. 비용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발전 2사의 합병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는 확정됐거나 변동성이 크지 않은 요소로, 시각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릴 여지가 많지 않다.

      인수후보들은 그보다는 아직 공급 초기 단계인 열수요가 얼마나 늘 것인지가 핵심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열수요 전망에 따라 써낼 수 있는 가격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기간이 길고 분양 경기에 따라 사업지역의 수요기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FI 관계자는 “발전 2사와 대륜E&S의 사업 영역이 겹치는 지역에서 난방열 대신 대륜E&S의 난방용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등 비효율적인 영업으로 초기 실적 개선이 더뎠던 점을 만회하기 위해선 더욱 확실한 수요 예상이 가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매각자 측은 열수요 기반 확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발전 2사는 올해와 내년부터 서울 노원지구(3만5000세대)와 경기도 양주 고읍지구(8000세대) 등 4만3000세대에 열을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열 공급량(20만 Gcal)을 넘어서는 30만 Gcal의 신규 열수요처로, 초기 수익성 부족을 보완하게 된다. 발전 2사의 지난해 열 매출은 약 150억원이다.

      사업지역 내 택지개발이 이어지고, 지하철 및 도로 등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다. 수도권이기 때문에 중장기 수요 전망도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까지 열공급 세대가 평균 36%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매각자 측 관계자는 “발전 2사에 대한 초기 손익계산서만 따지면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미래 현금흐름은 확실한 사업”이라며 “인수후보들도 실사를 마치면 대륜E&S보다는 발전 2사를 더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