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中 '판교' 효과에 혼자 웃은 현대백화점
입력 2016.08.23 07:00|수정 2016.08.23 07:00
    현대百 영업이익·순이익 오름세
    8000억 투입된 판교점 초기 안착 성공
    검찰 수사로 어수선했던 롯데
    아직 투자효과 보기 이른 신세계
    • 현대백화점이 대형 유통 3사 중 가장 준수한 상반기 성적표를 받았다. 개점 1년을 앞둔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연착륙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은 주춤했다. 롯데쇼핑은 검찰 수사의 여파로 어수선했고 신세계그룹은 연이은 대규모 투자로 이익 개선세가 주춤했다.

      ◇ 현대百 판교점 '초기 성과' 보여

      현대백화점은 상반기에 영업이익 1802억원, 순이익 15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0.9%, 8.9% 증가했다. 매출액은 9081억원으로 1조원에는 못 미쳤지만 지난해 상반기보다 16% 확대했다. 현대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롯데쇼핑 대비 두 배를 웃돌았다. 무엇보다 유통 빅3 중 유일하게 수익성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 한때 현대백화점의 성장 동력 부재에 대한 투자자들의 아쉬움은 짙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 확장을 시작으로 김포아울렛, 판교점, 송도아울렛 개장에 이르기까지 본업에 충실하되 기존 모델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돌아왔다.

      현대백화점의 투자방식은 여전히 신중하다. 유통업 불황 속에서 고정비 부담을 소화하며 실적 안정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은 타사 대비 비용구조 통제에 엄격하다"라며 "투자 스케줄에도 신경을 쓰며 개선된 점포 효율성으로 고정비 부담을 이겨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투자비중이 컸던 판교점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대백화점은 2년에 걸쳐 8000억원을 투입해 수도권 남부의 신흥상권을 아우르는 판교점을 지난해 완공했다. 복합쇼핑몰인 판교점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여전히 교차하고 있다. 판교점이 적어도 올 상반기 실적에는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판교점의 영업이익률은 3~4% 수준에까지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백화점은 하반기 시내면세점 입찰전, 동양매직 인수전 등 외연 확장을 위한 굵은 현안들이 대기 중이다. 과거 고수했던 고급화 전략에서 벗어나 생존방식을 뚜렷하게 다각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 백화점 빼면 어려운 롯데, 투자금 많이 들어간 신세계

      롯데와 신세계는 주춤했다. 두 곳 모두 백화점 부문을 제외하곤 실적 부진을 이어갔다.

      롯데쇼핑은 수개월의 검찰 수사 영향이 불가피했다. 올 상반기에도 고질적인 비용통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실적 부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국내외 할인점도 적자 폭을 줄이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 상반기 매출이 1.7% 소폭 확대됐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9.2%, 29.7% 줄었다.

      롯데쇼핑이 당분간 비용통제에 나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롯데쇼핑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의 데이터 일괄작업을 시작하려 했었다"라며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잡음과 지배구조 개선 작업으로 본격화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하반기엔 롯데홈쇼핑 영업정지라는 악재까지 더해진다. 롯데홈쇼핑의 6개월 영업정지에 따른 손실 추정치는 매출 7000억원, 영업이익 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영업력 회복과 집객을 위한 비용도 추가로 들어갈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3.4%, 2.5% 감소한 1046억원, 3232억원을 나타냈다. 매출액은 5.5% 증가한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도 판관비가 늘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4%, 66.6%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신세계DF(면세점 법인),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본업에서 벗어난 연결 법인들의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올 2분기 신세계DF는 신세계 명동 본점 면세점 개장효과를 보지 못하고 150억원의 순손실을 보았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신세계그룹은 올 하반기에 들어서야 하남유니온스퀘어 등 덩치가 큰 프로젝트들의 공사가 완료되는 만큼 투자 효과를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판교점도 개장 전에도 투자효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신세계의 투자효과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