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면세점들 모두 적자"...롯데면세점, 경쟁사 수요까지 흡수
입력 2016.08.24 07:00|수정 2016.08.26 15:59
    롯데면세점 매출 증가율 시장 전체 상승률 웃돌아
    신규면세점 '모두 적자'
    중국인 고객 오히려 늘어난 롯데면세점
    • 올 상반기 신규업체들의 잇따른 시장 진출에도 롯데면세점의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신규면세점으로 분산될 줄 알았던 확대된 중국인 수요를 롯데면세점이 흡수하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자들은 사업 초기단계라는 점을 고려해도 실적 타격이 컸다. 수수료 출혈경쟁 결과로 영업적자 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경쟁이 다시 시작된다. 다수의 기업이 성장세를 보이는 면세점 업계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신규 업체들과의 격차를 넓히며 월드타워점 수성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 '中관광객 수성' 롯데면세점…신규면세점 실적 타격 커

      올 상반기 국내 1위 면세업체인 롯데면세점과 나머지 면세점 간의 실적 격차는 컸다. 당초 경쟁업체들의 증가로 실적 타격을 우려했던 롯데면세점의 수익성은 상반기 들어 오히려 증가했다.

      신규 대기업 사업자 4곳은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두산그룹 두타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기대치를 크게 밑돈 -100%대를 나타냈다.  2위인 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고 HDC신라면세점에 투자하느라 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 롯데면세점이 선전한 배경은 중국인 관광객을 지켰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인 입국자 수가 올 7월 처음으로 월별 기준으로 90만명을 넘긴 가운데 롯데면세점 소공동점의 일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수는 평균 1만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면세점들은 여행사에 업계 평균치를 웃도는 최대 15%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중국인 신규수요를 흡수하려 했지만, 제품구성(MD)·판촉능력·재고관리 등에서 밀리며 롯데면세점의 아성을 쉽게 허물지 못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신규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실제 제품구매율은 높지 않았다"라며 "이들은 롯데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려 제품을 구매했다"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평소 수준인 10%의 수수료를 여행사에 지급하며 신규 중국인 수요를 가져왔다. 단체가 아닌 개인 중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대부분이 롯데면세점을 선택했다.

      호텔롯데 관계자 또한 "신규 경쟁업체들로 매출 일부를 빼앗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가 더 성장하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 이런 현상은 불가피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35년간 제품구성(MD) 역량과 인프라·사업망·서비스 노하우 등을 쌓아온 롯데면세점을 신규 업체들이 뒤쫓아가기엔 벅찰 수밖에 없다"라고 언급했다.

      신규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 도달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들의 판촉비·알선수수료 부담이 점점 가중될 전망이다. 증권사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신규 면세점의 경우 연간 5000억~6000억원 수준, 월별로는 평균 500억~6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해야 안정적인 흑자구도에 진입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월드타워점 매출 사라지는 롯데, 현대百·신세계·SK 등 시내면세점 '도전'

      하반기엔 4곳의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뽑는 입찰전에 후보 기업들이 총출동한다. 올 10월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배를 마셨던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이랜드그룹과 신세계백화점,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등의 신규면세점들이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의 아성에도 주요 기업들이 면세시장에 줄줄이 도전하는 데는 백화점·할인점 업계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면세점 업계는 매해 20%씩 성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 상반기 3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월드타워점이 특허권 상실로 문을 닫으면서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공동점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다만 탈환에 실패하더라도 우려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월드타워점 재수성에 실패하게 될 경우 하반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장기간의 업력을 가진 롯데면세점의 근본적인 사업경쟁력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