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급락 생보사, '올 게 왔지만 멈출 수 없다'
입력 2016.08.30 07:00|수정 2016.08.30 07:00
    지난해 상반기 대비 순익 17.9% 감소
    보장성보험 집중하며 보험료 증가율 떨어져
    "건전성이 더 중요...하반기에도 어쩔 수 없다"
    수익 감소 탓 외부 주주 자본확충 부담 늘어날 듯
    • 국내 생명보험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든 건 체질 개선 작업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생보사들이 보장성보험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수익이 비용을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실적의 완충제 역할을 해왔던 채권 등 매도가능증권 처분 이익도 더이상 기대하기 쉽지 않다. 생보사들은 자본 건전성 확보가 더 중요한 사안인만큼 이익이 다소 줄더라도 지금 같은 전략을 수정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 들어오는 돈 줄고 나가는 돈 늘고…이익 감소 '5000억'

    • 2010년 이후 생보사 순이익 규모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2013년 수치상으론 다소 줄었지만 이는 회계기준연도가 변경되며 9개월치만 반영된 까닭이다. '성장이 쉽지 않다'던 지난해에도 생보사 순이익 규모는 2014년 대비 12% 늘었다.

      올 상반기 성적표는 초라하다. 생보사 전체 순이익은 2조2900억여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5000억여원, 17.9% 줄었다. 보험영업이익과 투자영업이익이 모두 악화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생보사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5.6% 수준이었다. 지급보험료 증가율과 비슷했다. 자산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증가세가 균형을 이뤘고, 여기서 생기는 손실을 투자이익으로 덮을 수 있었다.

      올 상반기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3.9%에 그쳤다. 지급보험료 증가율은 5.5%였다. 여기서만 5000억원 가까운 이익 감소 요인이 생겼다.

      ◇ 보장성보험 집중하며 성장세 주춤…투자이익도 감소세

      수입보험료 증가세가 주춤한 건 생보사들이 올해 들어 판매가 어려운 보장성보험으로 영업 전략을 대폭 수정한 까닭이다. 올 상반기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 총액은 19조5900억여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1조5000억여원, 8.2%나 늘었다.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 증가율(1.5%)의 5배가 넘는다.

      이는 2020년 도입이 예정된 IFRS4 2단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IFRS4 2단계에선 저축성보험이 부채를 늘려 재무구조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저금리로 인해 2013년 4.6% 수준이었던 생보사 운용자산이익률이 올 상반기 4.0%로 떨어지며 일정 수준 이상의 금리를 보장해줘야 하는 저축성보험의 역마진 우려가 더 커진 부분도 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2.75%의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저축성 양로보험 판매에 집중했으나, 최근 판매를 중단했다.

      여기에 그간 순이익 규모를 지탱해주던 투자영업이익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생보사들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을 대거 반영했다. 일부는 실제로 매각해 이익을 확정했다.

      2013년 20조1200억여원이던 생보사 투자영업이익이 2014년 21조5600억여원, 지난해 21조4400억여원으로 1조5000억원가량 늘어난 건 이 때문이다. 올 상반기 생보사 투자영업이익은 11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100억여원 줄었다. 매도가능증권 자체가 줄어들며 매도가능증권 처분이익이 1년새 5300억여원이나 줄어든 게 원인이었다.

      ◇ 설계사·GA 의존도 높아져…이익 줄며 자본확충 부담도 증가

    • 성적표를 받아든 생보사들의 표정은 담담하다. 이익이 줄어든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당장 IFRS4 2단계 대비가 급한 상황에서 건전성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이익과 관련해 영업부서를 질타하는 생보사 최고경영자는 없을 것"이라며 "하반기 이익 규모가 더 줄어들 수도 있지만 지금은 보장성보험에 힘을 싣는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는 방카슈랑스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설계사 및 대리점(GA)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비전문가인 은행원이 판매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이 높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초회 보험료 모집에서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76.8%에서 71.7%로 줄었다. 저축성 양로보험 판매에 집중한 한화생명과 대주주가 바뀐 후 덩치 키우기에 나선 동양생명을 제외한 수치다.

      대신 설계사 비중은 16.1%에서 18.3%로, GA 비중은 5.9%에서 8.3%로 늘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5월까지 방카슈랑스로 9600억여원의 보험을 판매했지만, 올해엔 3757억여원으로 크게 줄였다.

      한 보험 담당 연구원은 "생보사들의 이익 규모가 줄어든만큼 IFRS4에 대비해 주주 등 외부에서 자본을 확충해줘야 한다는 부담은 커진 셈"이라며 "하반기에도 비슷한 기조가 유지되며 본격적인 자본확충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