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주관사가 실권주 당일 처분, "신한만 그렇게 합니다"
입력 2016.08.30 07:00|수정 2016.08.30 07:00
    최대주주ㆍ기관들 버티는데 주관사만 혼자 엑시트
    서브 언더라이팅 맺고 수개월은 보유하며 주가보호 일반화
    "신한금융투자 IB 의사결정라인, 경험과 역량 모두 부족"
    기관투자가ㆍ발행사 모두 신금투 주관하는 거래 불참 우려
    • 신한금융투자의 헝셩그룹 실권주 처리 방식을 두고 증권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장 당일 장내에서 공모가 미만에 지분을 털어내고는 "주가부양을 위해서다"라고 해명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헝셩그룹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며 떠안은 실권주 174만여주(2.18%)의 대부분을 상장 첫날 9시30분께 장에서 일괄 매각했다. 공모가보다 무려 22% 떨어진 가격에 처분하면서 주가가 박살났다.

      "최대주주-기존 투자자-IPO주관사 가운데 오로지 주관사만 혼자 상장 첫날에 지분을 털어냈다는 사실부터 문제로 지적 됐다.

      최대주주인 후이만킷 회장은 규정상 의무보호예수 기간인 6개월에 무려 1년6개월을 더해 2년간 의무예수를 약속했다. 보호예수 의무가 없는 기존 주주 4곳(투자자)들도 자율적으로 보호예수 6개월을 설정했다. 결국 "주관사 혼자만 살겠다며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린 손절매를 했다"는 기관투자가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드물다. 다른 증권사들은 미리 실권주 대비책을 세우고 주가보호에 나서왔다.

      즉 상장 주관사가 일찌감치 다른 기관투자가를 찾아서 실권주 인수계약(서브 언더라이팅)을 맺고, 동시에 주가가 일정수준 회복할 때까지 보유하다 시장 가격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처분해 왔다.

      증권사들이 이렇게 대비한 사례도 많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012년 4월 일본기업 SBI모기지 실권주 227만여주(약 9%)를 떠안았다. 이후 하나금융투자는 인수한 실권주 중 7만주는 상장 당일 해외 기관 한 곳에 공모가로 매각하고, 나머지 220만여주는 5개월 넘게 보유했다.

      7000원에 상장된 후 한때 5000원대로 급락했던 SBI모기지 주가는 2012년 여름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며 그 해 9월초 공모가를 회복했다. 그제서야 하나금융투자는 시간외매매를 통해 지분을 털어냈다. 매매가격은 공모가에 가까운 주당 6700원이었다.

      LIG넥스원 상장도 마찬가지.  작년 상장 공모를 진행한 이 회사는 청약 흥행에 실패, 44억여원 규모의 실권주를 남겼다.

      당시 대표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 복수의 해외 기관과 서브 언더라이팅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실권이 생기자 NH투자증권은 계약을 맺은 기관에 지분을 넘겼다. 공모가(7만6000원) 아래로 떨어졌던 주가는 일주일만에 회복됐고, 올초 한때 주당 13만원까지 올랐다. NH투자증권은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실권주 손실 부담을 털어냈고, 지분을 인수한 기관들은 덕분에 쏠쏠한 수익까지 냈다.

      최근 5년새 있었던 기업공개(IPO) 공모 중 가장 큰 규모의 실권을 냈던 CJ헬로비전에서도 주관사들은 주가보호를 위해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당시 실권 발생 규모는 343만여주, 550억여원에 달했다. 2012년 11월초 1만6000원에 상장한 CJ헬로비전 주가는 그해 말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이때 대표주관사였던 하이투자증권은 인수한 실권주를 연말까지 보유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들어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회복하자 비로소 매각에 나섰다. 2013년 1분기와 2분기, 6개월에 걸쳐 절반씩 나누어 국내 기관에 대량매매(블록세일)했다. 매각 단가는 1만5500~1만6000원 사이로 공모가와 비슷했다.

      당시 가장 많은 실권주를 인수한 JP모건 역시 지분을 내부에서 소화했다. JP모건 서울지점은 해당 지분을 한달 가량 보유하다 홍콩사무소에 넘겼다. JP모건 홍콩은 이를 해외 기관에 블록세일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만 유달리 주관사이면서도 '손절매'로 보일만한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정작 당사자도 13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신한금융투자 IB부문 의사결정권자들이 IPO 시장에 밝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룹 CIB를 및 IB그룹을 총괄하는 우영웅 부사장부터 경력 대부분을 은행 기업금융 경력으로 채웠다. IPO부가 속한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1본부의 경우,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했고 IPO등 실무경험이 적은 김종옥 본부장이 맡고 있다.

      '리스크 관리'에만 주력할 뿐,  '리스크 부담'을 감내할 역량은 적은 일부 은행계 증권사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비판도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의사결정라인은 둘째치고 증권가에서 잔뼈가 굵은 강대석 사장이 이 같은 일을 그냥 넘겼다는 사실부터 이해하기 어렵다"며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기관투자가들이나 발행사들, 그리고 투자자들이 신한금융투자가 주관하는 거래에 신뢰를 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