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실적 '두산밥캣' IPO기대 커졌다…재무적 투자자 보통주 전환
입력 2016.08.31 07:00|수정 2016.08.31 08:46
    7054억원 투자한 FI 우선주 보통주로 바꿔 매각하기로…30일 전환
    "작년 투자당시 3조원 가치평가, 실적 개선에 확정수익 포기"
    영업이익률 2013년 7.92%에서 매년 개선 올 상반기 11.27%
    두산인프라코어도 구주매출 통해 자금 확보 예정
    조선·건설·해운 중후장대산업 부진 "밥캣에는 반사이익"
    "해외 투자자 관심 높지만 국내에는 인지도 낮아"
    • 세계 1위 소형 건설중장비 회사 두산밥캣은 작년 매출액 4조원, 영업이익 386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 기록은 올해 또 바뀔 모양이다. 지난 6개월간 2조2000억원의 매출액에 23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9.54%였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11.27%로 뛰었다.

      실적이 확인되자 두산밥캣 우선주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10월 예정된 기업공개(IPO)에서 주식을 전부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연 6.9%의 우선배당률 대신, 시장에 매각할 경우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IPO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 감축에도 청신호다.

      두산밥캣은 조선·건설·해운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 부진으로 투자할 곳을 잃은 주식 포트폴리오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두산인프라코어 등에 따르면 두산밥캣 FI들은 이날 보유하고 있는 우선주 지분 21.60%, 2162만1250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전환비율은 1대1로 전환 후에도 주식수와 지분율은 같다. 한 FI측 관계자는 "보통주 전환을 확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고, IPO 공모가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공모가격이 보장된 수익률보다는 높을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FI들은 지난해 8월말과 9월초,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3조원 내외로 평가하고 두차례에 걸쳐 우선주 7054억원어치를 인수했다. 4년5개월 내에 IPO를 하고, 투자기간 5년까진 연 6.9%의 우선 배당권을 갖기로 했다. IPO를 하면 두산인프라코어보다 우선해서 보통주를 팔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FI들이 우선주를 전환하지 않았다면 두산인프라코어는 구주 매출을 위해 FI들의 우선주에 대해 콜옵션(Call Option)을 행사해야 했다. 이를 위해선 7000억원대 중반의 자금이 필요했고 IPO에도 부정적이었다. 이번 IPO 관계자는 "FI들이 보통주로 전환해 두산인프라코어도 보유 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각할 수 있게 됐다"며 "구주 매출 대상에 두산인프라코어 주식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보통주 전환 결정을 이끈 요인은 '영업실적'이다.

      대형 중장비 중심이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두산밥캣을 인수로 북미·유럽·중국 등 전세계에 생산·판매망을 확보하고 소형 중장비 사업을 추가했다. 지역별·품목별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미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두산그룹 전반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미국 경기가 차츰 회복되면서 2010년 3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두산밥캣은 2011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실적 개선이 가팔랐다. 2012년 북미 지역의 신규주택착공건수가 78만1000건을 기록하면서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했고, 2014년에는 100만건에 이르자 두산밥캣 판매량도 대폭 늘었다. 유럽 역시 건설경기 회복과 함께 판매량이 점차 증가해 올해 1분기에는 2942대를 팔았다.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2350대였다. 북미지역에 600여개, 전세계적으로 100여개 국에 1000여곳의 딜러망이 효과를 발휘했다.

      두산밥캣은 연구 개발 강화를 위해 두산밥캣은 2014년 미국 비스마크(Bismarck)에 액셀러레이션 센터(Acceleration Center)를 구축했고, 체코 도브리스 사업장에 이노베이션 센터도 열었다. 투자금액은 2800만달러에 달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주요 시장인 북미와 유럽 시장이 회복세와 함께 수요처 다변화· 제품 믹스 개선 등으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컴팩트 트랙 로더(CTL), 미니 굴삭기(MEX)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확대로 실적 개선과 함께 원가 절감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익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발행한 분석보고서에서 "하반기 이후에도 견조한 미국경기와 수익성이 높은 CTL 등 판매비중 증가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가 예상된다" 전망했다.

    • 국내주식시장에선 두산밥캣이 조선이나 해운 등을 대체할 투자처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의 접근이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4조~5조원 정도일 두산밥캣은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을 대체할 투자 종목으로 얘기되고 있다"며 "주요 사업무대가 국내시장과 먼 미국과 유럽지역이 점, 아시아 지역으로 성장 가능성 등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IPO에 나섰던 기업들이 흥행에 실패했고, 주식시장이 개별 종목보다는 거시 경제 지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점, 두산밥캣이 어떤 회사인지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 변수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달리 두산밥캣은 SSL(Skid-Steer Loader), CTL, 5톤 미만의 소형 굴삭기 등을 생산하는 소형 건설기계 전문기업으로 국내 건설현장에서 보이는 굴삭기보다 작다. 용도는 넓다. 건설 현장뿐만 아니라, 조경·농업 등으로도 쓰인다. 특히 북미 지역에선 일반 개인들이 정원을 가꾸기 위해 단기 렌탈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사업을 잘 아는 해외 투자자들은 IPO를 기다리고 있다"며 "국내보다는 해외쪽 반응이 더 좋다"고 전했다.

      두산밥캣은 다음달 8일 한국거래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0월 초에 수요예측을 거쳐 상장을 완료할 예정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4조원에서 5조원이다. 전자는 시장의 기대치, 후자는 두산그룹의 입장이 더 강하다. 예상 구주매출 규모는 1조원 내외다. IPO 대표주관은 한국투자증권과 JP모간이며 한화증권, 신영증권, 크레디트스위스, HSBC가 공동주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