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손보, 멀어져만 가는 '숙원사업' 자동차보험 진출
입력 2016.09.02 07:00|수정 2016.09.02 07:00
    내년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설 ‘솔솔’
    회사 재무여건, 시장상황 좋지 않아
    비용·당국 허가 감안할 때 자동차보험 시장 진입 쉽지 않을 전망
    • 농협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의지는 계속해서 불태우고 있지만 회사의 재무여건과 시장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견제도 거세져 당국의 허가조차 받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은 농협손보의 ‘숙원사업’이다. 2012년 출범 당시 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금융당국은 농협손보가 허가를 받아야만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하게끔 했다. 출범 첫해부터 김학현 전 농협손보 사장은 “앞으로 자동차보험을 취급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2014년 진출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 7위(시장점유율 4.8%)에 그치는 시장 지위 개선을 위해서라도 자동차보험 진출이 필요하다. 농작물보험 등 정책보험(보험료 수입의 25%)에 높은 의존도 탈피도 할 수 있다. 업계 1위 삼성화재의 경우 보험료 수입의 4분의 1이 자동차보험에서 들어오고 있다.

    • 농협손보가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할 경우 파급력이 클 것으로도 예상됐다. 전국 4400여개의 단위조합 영업망을 갖춘 데다 농협에 대한 농어촌 지역의 충성도가 높아 단숨에 상위권 업체로 발돋움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보헙업계 관계자는 “과거 시뮬레이션 결과 농협손보가 자동차보험을 팔 경우 2위 업체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다른 자동차 보험사도 농협손보의 업계 진출을 두려워해왔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을 위한 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농협손보의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농협손보는 이달 지급여력(RBC)비율 개선을 위해 1000억원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하는 가운데 영업규모 증가로 지급여력기준금액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탓이다.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건전성 규제가 강화하는 추세라 추가적인 자본확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로 ‘덩치’를 키우다가 건전성만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

      지난해와 같은 농협금융지주의 지원사격도 바라기 힘든 상황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농협손보의 RBC비율 개선을 위해 15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엔 핵심계열사인 농협은행이 상반기에만 3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실해지면서 한동안 다른 계열사를 챙길 여력이 줄었다.

    • 게다가 자동차보험시장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시장이란 점도 부담요인이다. 보험사들은 2011년 이후 자동차보험에서 만년적자를 겪고 있다. 2014년에는 적자규모가 업계 전체적으로 1조10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사정이 다소 나아졌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을 위한 조직을 꾸리는 비용과 시간도 문제다. 가입과 보상업무를 담당인력이 전국적으로 최소 300여명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 구출을 위해서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경쟁사들의 견제도 강화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예외적용이 만료되는 내년 4월 농협손보가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한다는 말들이 나도는 등 벌써부터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손보는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한 농협손보 관계자는 “비용을 들여 준비를 해도 당국의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라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경쟁사들의 견제도 쉽사리 자동차보험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협손보가 ‘농협’이란 브랜드에 걸 맞는 위상을 갖추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현재의 보험상품 구조로는 농협손보가 중소형사 지위를 탈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